치매환자 쉬는 동안 가족은 시원한 힐링
서초구 전용 무더위쉼터 ‘쿨링센터’
맞춤형 모형주택서 놀이·문화활동
“어서 오세요~. 어머님하고 아버님은 이쪽으로 오셔요.” “어머님들은 색칠하기 어떠실까요. 안쪽으로 들어오세요.”
서울 서초구 염곡동 내곡느티나무쉼터 4층. 방배노인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는 주민 10명이 들어서자 서초구치매안심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해진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2명이 출입구 근처 탁자에 먼저 자리를 잡고 나머지 주민들도 두더지 잡기 등이 가능한 첨단 놀이기기와 색칠용 그림판이 펼쳐진 곳으로 이동한다. 작업치료사와 자원봉사자들이 1대 1로 배치돼 간식과 음료를 제공하고 각각 놀이·활동을 돕는다. “급한 일이 생기면 부르겠다”는 말에 데이케어센터 직원들에게는 잠시나마 꿀맛같은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21일 서초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해 마련한 전용 무더위쉼터 ‘서초 쿨링센터’가 인기다. 시원한 공간에서 환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전문가들 도움으로 각종 활동을 하는 동안 가족들은 교육이나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돌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고 재충전한다.
쿨링센터는 치매안심센터 내 ‘안심하우스’를 그대로 활용한다. 치매환자들이 가정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집과 똑같은 환경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춘 공간이다. 평소 1대 1 일상활동 지원, 인지향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데 방학을 맞아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치매환자와 가족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진 편안하고 시원한 공간에서 마사지를 받거나 예술의전당 공연을 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인지기능 향상을 돕는 다양한 놀이도 가능하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인지·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돌봄기기도 구축했다. 근육·관절 운동 등 좁은 실내공간에서 신체운동이 가능하다. 특히 세계 곳곳 명소를 직접 걷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운동을 즐길 수 있다. 김정은 센터 팀장은 “치매환자가 있는 가정은 휴가를 내도 멀리 가지 못하기 때문에 센터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며 “오전에는 개인적으로, 오후에는 기관 단위로 예약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까지 치매 고위험군 65명을 비롯해 보호자까지 275명이 쿨링센터를 이용했다. 이들 가운데 경도인지장애인 양재동 주민 김 모(88)씨는 운영 초기부터 거의 매일 방문하는 단골이다. 사회복무요원 도움으로 목과 다리 마사지를 받으며 공연영상을 시청하는 게 일상이다. 색칠에 열중해 있던 방배동 주민 이영순(76)씨는 “이런 데가 있는 줄 몰랐다”며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주로 오전시간에 환자 돌봄 방법을 배우고 돌봄 스트레스를 더는 교육에 참여한다. 가족들끼리 경험도 공유한다. 꽃풍선 만들기, 통증예방 클리닉, 유럽 미술관 여행, 꿀잠 공부법 등 힐링을 주제로 한 강좌도 인기다. 서슬기 방배노인데이케어센터 사회복지사는 “많은 봉사자들이 함께 활동하기 때문에 직원들끼리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며 “밀착 돌봄과 맞춤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서초구치매안심센터는 쿨링센터 운영을 통해 치매가족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안심하우스 체험기회, 다양한 돌봄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치매환자와 가족이 마음 편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스트레스 없이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