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정한 분산에너지 시대를 위하여

2024-08-21 13:00:01 게재

오늘날 한국의 에너지 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보다 분산화되고 지역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 구조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정부가 주관하는 에너지 정책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었다. 그렇지만 한국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려면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더욱 서둘러야 한다.

수소 에너지 산업 전반의 혁신 이끌 자원

수소경제에 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전기를 투입해 수소를 생산한 후 다시 전기를 생산하려 하는 것이 미련한 짓’이라는 것이다. 전력망 안정이나 주파수 조정 차원에서 일부 그러한 기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수소의 진정한 가치는 그 이상의 것이다. 수소는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변환하는 매개체이기에 앞서,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청정수소는 우리나라의 핵심적 수출산업, 특히 제철과 정밀화학 분야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 산업은 청정수소의 생산·도입과 활용을 위한 준비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제철 산업은 전통적으로 고탄소 배출 공정을 사용해 왔고, 정밀화학 산업 역시 고도로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들이 청정수소 시대를 대비하지 못하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청정에너지 패러다임은 대규모 해상풍력, 원자력, 수소가 상호 연결되어야 비로소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해상풍력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청정에너지 자원 중 하나이다. 해상풍력은 대규모 발전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생산된 전력은 분산에너지 시스템과 결합하여 지역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수출기업의 청정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원자력은 안정적인 저탄소 전력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보유한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된 경험, 기술, 인프라는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는 안정적인 전력가격을 보장하고 대외적으로는 새로운 수출 주력상품으로서의 자리매김이 가능함을 목격하고 있다. 수소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에너지 자원이다. 기존의 부생수소를 넘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 수소 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정 수소는 산업부문 탈탄소 수단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 운송, 연료전지 등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해야

다양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분산에너지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분산에너지는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첨단 변압기 등 신기술 및 산업과 연계되면서 중앙 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의 생산, 저장, 유통 및 소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것인가? 이에 저항하며 늦추려다가 한순간에 폭풍치는 바다로 떠밀려 갈 것인가? 에너지 자립도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분산에너지와 청정수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분산에너지 시대는 한순간에 도래하지 않는다. 사회적 각성과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그 여정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진정한 분산에너지 시대를 향한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