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마약 수사 외압 청문회
‘용산 언급’ 진위 두고 상반된 증언
전 영등포서장 “사실무근” … 수사팀장 “용산 아니면 설명 안 돼”
조지호 경찰청장 “ 책임지고 마약 수사 사건을 종결하겠다” 밝혀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전 서장과 수사팀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상반된 증언을 했다.
해당 사건에 세관이 연루됐다는 내용이 언론 브리핑에서 빠진 경위를 두고 당시 서장은 ‘수사 미진’이 이유였다고 주장한데 반해 수사팀장은 ‘용산을 언급했다’며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연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서 형사2과장·마약사건 수사팀장)과 통화에서 브리핑 연기를 지시하면서 ‘용산이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나”라는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 질의에 김찬수 총경(전 영등포서장)은 “사실무근이다”라고 답했다.
◆“용산 아니면 설명 안돼” = 현재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 중인 김 총경은 지난해 9월 백 경정에게 전화해 브리핑 연기를 지시해 수사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총경은 “브리핑 연기를 스스로 결정한 것인가”란 질의에는 “당시 시점에서 브리핑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브리핑 후 압수수색 한다고 했는데, 해당 기관에서 증거 인멸을 할 수 있고 본청 국가수사본부에도 보고되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총경은 대통령실과의 관계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제가 대통령실에 보고한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 경정은 김 총경 증언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백 경정은 작년 9월 20일 오후 9시쯤 이뤄진 김 총경과의 통화에서 “브리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야기하니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면서 “본인(김 총경)이 마약 압수 현장에서 진두지휘까지 했던 이 사건을 갑자기 브리핑도 막고 수사를 방해하게 된 계기가 용산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청 이첩 놓고도 다른 주장 =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조병노 경무관(현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도 용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로부터 수사와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정동만 의원(국민의힘) 질의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인천공항세관장이 국정감사 대비를 위해 업무 협조 요청을 해왔고, 언론 브리핑 내용 중 세관 직원 언급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해 (백 경정에게 전화했다)”고 부연했다.
지휘계통에 있었던 서울경찰청 관계자들도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사건의 서울경찰청 이첩과 관련해서도 증언이 엇갈렸다. 백 경정은 마약사건을 이첩하겠다는 결정을 서울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았고, 여기에는 외압으로 인한 수사 방해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왔다.
반면 당시 서울청 수사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김봉식 서울청장은 “이첩 검토 지시를 했다”며 “중요 사건이고 체계적이고 밀도있는 수사를 위해 수사 주체를 어디로 하는 게 좋을지 검토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총경과 백 경정 간 통화 이틀 전 있었던 김광호 당시 서울청장과의 비공개 오찬의 성격을 두고도 상반된 증언이 나왔다.
오찬과 관련해 백 경정은 “서울청장이 이상한 방문을 했고 이후 김 전 서장이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며 외압과의 관련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김 전 청장은 “세관 관련한 수사 내용이 청취되기 전에 잡은 일정이었고 평소 영등포에 치안 수요가 많아 고생한 과장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오찬에는 영등포서장과 형사과장 외에 수사과장, 생활안전과장, 교통과장 등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경무관 전화한 것은 부적절” =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은 책임지고 마약 수사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청장은 “세관 마약 수사를 원점부터 철저히 검토하겠냐”는 용혜인 의원 질의에 “경찰청장으로서 이 사건은 분명하게 지휘하겠다”고 답했다.
조 경무관에 대해 “청탁금지법과 사건문의 금지제도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윤건영 의원(민주당 ) 질의에는 “위반이다. 명백히 잘못된 게 맞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전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조 경무관을 최근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으로 전보 조치한 데 대해 “조 경무관이 서울경찰청 생안부장을 하면서 전화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제가 직접 좌천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말레이시아에서 제조된 필로폰 74㎏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한 1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세관 직원이 밀반입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당시 수사 실무 책임자인 백 경정은 이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세풍·박준규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