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합의시한 앞두고 대구·경북 삐걱
주민투표-지방의회 의결로 의견 엇갈려
홍준표 “이달 합의 안되면 장기 과제”
이철우 “기초지자체 자치권 축소우려”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달 말로 예정했던 행정통합 합의시한을 앞두고 삐거덕거리고 있다. 경북도는 2년 전 논의됐던 주민투표와 공론화위원회 구성 등을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대구시는 8월 말을 넘기면 장기과제로 넘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일 동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북도에 날을 세웠다. 홍 시장에 따르면 대구시는 시·도의회가 합동 의원총회를 열고 통합지자체 의회 소재지를 결정하고 관할구역 문제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담자는 경북도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도가 최근 주민투표 실시와 공론화위원회 구성 등을 다시 들고 나왔다.
대구시는 주민투표가 내년 1월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홍 시장은 “주민투표 규정은 광역단체 통합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도의회 동의를 각자 구하자고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주민투표를 들고 나왔다”며 “뒤늦게 다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은 통합을 하지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철우 지사가 도의회를 설득할 자신이 없으니까 갑자기 주민투표를 하고 공론화위원회를 열자고 한다”며 “마무리 시점에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대구시는 경북도에 끌려갈 시간이 없고 받아줄 수도 없다”며 “약속했던 8월 말까지 합의가 안되면 장기과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간부회의에서 “지금은 자치권 강화와 재정확보를 위해 힘을 모아 중앙부처와 협의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청사위치 관할구역 등의 문제는 지역대표와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협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대구시 안에 따르면 더 크고 비대해진 대구권과 둘로 나눠진 경북으로 관할구역이 설정돼 시·도민 누구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자칫 광역시권에 권한이 집중되고 시군구 자치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지방자치 역량 강화와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에 반한다”며 “통합의 기본방향과 취지에 맞지 않는, 더 큰 불균형과 불합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특별시 부시장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홍 시장은 4명 중 2명은 국가공무원으로 하자는 반면 경북도는 4명 모두 지방직으로 특별시장이 임명하자고 주장한다.
홍 시장은 이와 관련해 재정자립도를 이유로 든다. 현재 부시장을 전부 시장이 임명하는 서울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80%에 가까워 국가 도움이 필요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대구와 경북 재정자립도는 각각 40%와 25% 수준이고 통합하면 32.5%에 그치기 때문에 국가공무원이라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대구경북행정통합의 본질은 지원기관에서 집행기관으로의 전환”이라며 ”8월 말까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합의가 안되면 장기연구과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재확인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