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협박·반복민원 ‘즉시 종결’
민원처리법 개정안 입법예고
정부 제도개선대책 후속조치
욕설·협박이 포함된 문서민원은 즉시 종결 처리가 가능해진다. 업무방해를 위한 의도적 반복민원 제기자는 일시적으로 전자민원창구 이용을 제한한다. 지난 3월 경기 김포시 도로관리과 소속 30대 공무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민원처리 제도개선에 나선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섰다.
정부는 악성민원으로 인한 민원처리 담당자의 정신적·신체적 피해, 민원처리 지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원처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30일까지다.
개정안은 우선 욕설·협박·모욕·성희롱 등이 포함된 문서민원을 담당자가 즉시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3회 이상 반복되는 민원의 경우에는 내용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그 취지와 목적, 업무방해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결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3회 이상 반복 제출한 경우에만 종결 처리가 가능했다.
청원 국민제안 등으로 접수·처리된 민원과 동일한 내용이 접수될 경우에도 종결 처리가 가능해진다. 이미 청원심의회, 국민제안 심사 등을 통해 심도 있는 검토·논의를 거쳤다고 보고 민원공무원이 반복해 처리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한 방안이다.
개정안은 또 전자민원창구를 통해 의도적으로 업무방해성 반복민원을 제기할 경우 해당 민원인에 대해 일시적으로 이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민원 신청이 보편화되면서 동일한 사용자가 단기간에 동일·유사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심지어 자동 입력반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행정기관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시스템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민원공무원 보호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시행령에 담겨 있는 규정이 법률로 상향된다. 관련 규정엔 안전장비 설치 및 안전요원 배치, 악성민원인 퇴거 조치, 민원처리 담당자 치유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민원처리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민원인의 권리는 보장하면서 민원 처리 담당자는 보호해 나가겠다”며 “정부는 올바른 민원문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김포 공무원 사망사고 후 행안부 인사처 권익위 등 17개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TF를 운영하고, 5월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