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친일논란 한창인데 기시다 방한?
퇴임 앞 방한·방미 추진, “킹메이커 욕심”
성사 시 메시지 촉각 … “역효과” 우려도
광복절을 기점으로 윤석열 정부가 친일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을 검토하고 있어 그 의도와 득실에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1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양국이 서로 보여 온 노력과 최근 우리의 국민정서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다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20일 일본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9월 초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음달 27일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한 기시다 총리는 방한을 통해 윤 대통령과 그동안의 한일관계 개선 과정을 점검하는 한편 안보 등 각 분야 지속협력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월 초 방한에 이어 9월 말 유엔 총회 참석차 방미 때 마찬가지로 임기 종료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고위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결정 이전부터 일본 측이 동 총리의 방한의사를 표명해왔고, 불출마 발표 이후에도 관련 논의가 있어 왔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윤 대통령은 한일 간 셔틀외교 차원에서 언제든 기시다 총리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의 임기 말 광폭행보는 퇴임 후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한일·한미일 관계 강화 치적을 환기시킴으로써 차기 총리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포석이라는 것.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1일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업적을 인정하는 사람을 선거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이 강하다”며 “킹메이커 욕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지를 놓고는 전망이 갈린다.
먼저 지난 광복절을 계기로 ‘친일 논란’에 휩싸인 정부로서는 불쏘시개를 보태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이후 한일관계 개선을 꾸준히 강조해 왔지만 일본 정부는 역사·영토 문제를 놓고 정상회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공납하기도 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사전에 양국이 어떻게 (일정을) 조율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방한 메시지 교감이 안 된 것으로 안다”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만약 뉴라이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언급을 할 경우 역효과가 커질 수 있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말을 하든 앙금을 해소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한일관계 개선이 국익으로 체감되는 만큼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나쁠 것 없다는 시각이다.
고위관계자는 “되짚어 보면 셔틀외교를 재개하면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및 국민 교류 활성화, 화이트리스트 복원 등 일본 측도 나름의 호응조치로 성의를 보인 바 있다”며 “이런 점들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국민 체감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