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주당 지도부 진출 또 실패 ‘뒤숭숭’
정치력 한계 … “지명직 배려” 요구도
10월 재·보궐, 조국혁신당 행보 주목
“호남 대표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당직에서 배려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본산을 자부해 왔던 호남정치권이 지도부 자력진출에 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정치력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중진급 민주당 인사들은 ‘지명직 배려’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호남 집중’을 선언한 조국혁신당의 활약 여부에 지역정가 양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오는 10월 전남 곡성·영광 등에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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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끝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5명의 최고위원이 선출된 가운데 광주 출신 민형배(재선·광주 광산구을) 의원은 8명 가운데 7위로 탈락했다. 민 의원은 4월 총선 후 이재명 대표가 당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친명계 핵심인사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민 의원은 지도부 경선에 나서면서 ‘비수도권 출신 유일 후보·더 강력한 전국정당’을 강조하며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목표로 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민 의원은 국민여론 5.96%, 권리당원 9.53%, 대의원 13.77%로 전체 9.05% 지지율에 머물러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
앞서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전북의 한병도 의원과 전남의 서삼석 의원, 광주의 송갑석 전 의원에 이어 네번째 실패다. 이재명 대표의 선택적 개입, 친명 일색의 후보들 사이에서 차별화 실패 등과 함께 이미 수도권 정당으로 재편된 민주당의 구조적 실상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호남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국회의원 의석과 당원 비중이 높은 서울·경기 등에서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지도부 진출에 번번히 실패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 할 때에도 최고위원들이 너무 수도권 일색으로 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었다”며 “대선을 생각하면 호남 대표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서 “호남은 민주당의 본산이고 거기에서 바람이 불어줘야 수도권과 전국으로 메아리친다”면서 “이 대표가 당직에서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내 호남 의원들의 정치력 한계에 대한 지적이 반복되면서 대안체제 등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우상호 전 의원은 “호남이 민주당에서 떠나 조국혁신당으로 많이 가고 있다”며 당이 지역의 지지를 받을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의 한 다선의원도 20일 “호남 유권자들은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주목해 왔다”면서 “지난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에 더 많은 표를 준 것을 ‘표 하나 나눠준 것’ 쯤으로 여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로 경쟁체제를 유지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전국당원대회 대표 수락연설에서 “호남에서도 조국혁신당이 나서야 ‘호남 정치’가 복원된다. 지역 정치에 활력이 생기고, 우수 인재가 묻히지 않을 것”이라며 “차세대 DJ, 새로운 노무현을 발굴해 조국혁신당의 이름으로 국민께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대표는 이어 대표 비서실장으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보좌관을 지낸 장성훈 실장을 임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회의원 보좌관·문재인정부 청와대 비서실 등에서 강 시장과 호흡을 맞춰온 최측근 인사로 통한다.
조국혁신당은 10월에 있을 전남 영광군수, 곡성군수 재·보궐선거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혁신당은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전남 영광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재보궐 선거 전략을 논의한다.
이명환·광주 방국진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