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혁신 기업인 열전 ⑦ 정광천 아이비리더스 대표

하늘길 통합관리SW 국내 첫 개발…이제는 UAM<도심항공교통> 겨냥

2024-08-21 13:00:30 게재

20여년간 항공교통·안전·관리 분야 SW 국산화

매출액 10% R&D 투자, 이익 30% 직원과 나눠

아세안시장 진출 추진, 대기업과 UAM기술 협력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사회과학도와 소프트웨어(SW)개발자들이 뭉쳤다. 이들은 서로의 장점을 북돋으며 국내 항공분야 SW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엔 SW개발자를 위한 SW를 개발했다. 기술력을 쌓으며 항공분야로 발을 넓혔다.

2015년에는 비행절차 및 공역설계프로그램 ‘스카이로드’(SKYROAD)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지금은 김포 제주 김해 등 국내공항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시장은 너무 좁다. 기술력은 이미 검증됐다.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세아지역의 공항과 항공 관련 기관과 접촉하고 있다. 항공분야 SW를 장악하고 있는 해외 글로벌기업과 맞짱을 뜬 것이다.

최근 본사를 구로에서 과천으로 이전하며 ‘제2 창업’에 나섰다. 목표는 도심항공교통(UAM)시장이다. 항공분야 기술력을 확장하는 셈이다.

아이비리더스(IB Leaders)는 이렇게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아이비리더스는 이노비즈리더스(Inno Biz Leaders)의 줄임말이다. 혁신형 사업을 일구는 선구자가 되겠다는 정광천 대표의 의지를 담았다.

지난달 30일 정광천 아이비리더스 대표가 과천 본사에서 회사 미래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항공SW분야 작지만 강한기업 = “아이비리더스는 작지만 강한기업이 되려고 한다.”

지난달 30일 과천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 첫마디다. 항공분야를 책임지는 토종기업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아이비리더스는 2003년 5월 설립됐다. 항공교통관리, 공항운영관리, 항공안전관리, 항공정보관리 등 항공기 운항과 관제 등 항공 관련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다.

기술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 아이비리더스는 국토교통부 항공부문의 사업수주를 제일 많이 하고 있다. 항공관련 기술정보를 가장 깊이 알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작은 스카이로드(Sky Road)다. 3년간 국가과제로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했다. 스카이로드는 항공기가 더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도움을 주는 비행경로와 각 구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항공기 출발·도착 통합관리, 경량항공기 내비게이션, 장애물 평가, 항공정보 데이터베이스, 비행 분석, 비행궤적 확인 등의 기능을 담은 공항관제 역할을 한다.

정 대표는 “사람이 캐드를 활용해 꼬박 한달을 그려야 했던 하늘길을 지금은 해외 소프트웨어에 의존하지 않고도 하루면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항공교통관리시스템, 공항운영관리시스템, 항공안전시스템, 항공정보시스템 등 항공기 운항과 공항 관제 등에 관한 다양한 시스템과 솔루션을 잇따라 국산화했다. 7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 가운데 85% 가량이 개발자일 정도로 연구개발(R&D)에 집중한 결과다.

특히 항공분야는 어느 나라건 국가안보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고 최고 수준의 보안능력을 갖춰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다.

아이비리더스도 이미 인천항공교통센터 통합항공안전정보시스템 운영과 유지보수를 수행하면서 기술력과 경험을 인정받았다.

아이비리더스는 국내에서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130억원이다. 국내시장이 좁은 탓이다.

해외시장 진출은 숙명이다. 전 세계에 크고 작은 공항은 4만9000여개다. 하지만 당장 주요국 대형공항에 진출하기에는 버겁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지역의 소형공항을 1차 목표로 삼았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국토가 넓고 도로여건이 열악한 곳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기능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들 나라의 소형공항 진출은 해볼만하다”고 자신했다.

◆한국시장은 좁다. 해외로 = 도심항공교통(UAM)시장도 아이비리더스의 미래핵심사업이다.

무인비행장치교통시스템(UAM-UTM)은 정 대표와 아이비리더스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분야다. 2040년이면 세계 1800조원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20여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적용할 수 있어서다. 이미 한화시스템, SK텔레콤과 같이 협력해 시스템개발에 착수했다. 대기업들의 틈새를 비집고 ‘항공서비스플랫폼’ 사업자로의 도약도 꿈꾸고 있다.

정 대표는 ‘소통과 협력’을 경영자 철학으로 삼고 있다. ‘개인의 장점은 공동체의 시너지를 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창업도 인문학도와 이공계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창업 이후 20여년간 한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던 것도 협력 효과로 생각한다.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이익의 30%를 직원과 나눈다. 시차 출퇴근제, 저녁식사 제공, 샌드위치데이 휴가, 장기근속자 특별 휴가, 경조휴가, 출산 선물 등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창립기념일이면 임직원들과 해외에서 워크숍을 진행한다. 다양한 사내동호회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일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가치는 사람이고 조직의 시작과 마침은 사람들과의 관계다. 아이비리더스가 흑자를 지속할 수 있는 건 구성원들이 협력한 덕이다.”

정광천 대표는 “아이비리더스의 미래를 지켜봐 달라”며 웃었다.

과천 =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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