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중소기업 수출정책 이대론 안된다
중소기업 수출체력에 이상징후가 감지된 지 오래다. 화려한 진단에 따른 다양한 처방전(정책)을 내놓아도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큰 기대를 줬던 2017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후에도 수출통계는 긍정적이지 않다.
2023년 중소기업 수출은 1118억달러로 3년 연속 1100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웃을 수 없다. 2021년(1155억달러)과 비교하면 3.2% 줄어든 규모다.
올해도 걱정이다. 상반기 총수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3348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중소기업 수출은 571억달러로 4.4% 느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총수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출중소기업 수도 5년이 흘렀건만 제자리 걸음이다. 2023년 9만4635개사로 2018년(9만4589개사)과 비슷하다. 2022년 기준 중소제조기업 중 수출기업은 8.2%에 불과했다.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 수출비중은 17~18%대에 갇혀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비중(17.7%)은 코로나 직전인 2018년(17.4%) 수준이다.
2017년 이후 중소기업 수출비중은 코로나 특수로 꼽히는 2020년(19.7%)을 제외하고 18%를 넘지 못했다. 올 상반기 수출비중은 17.0%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수출의지도 매우 미약하다. ‘2022년 기준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내수 중소기업 중 99.2%가 해외진출 계획이 없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낮은 혁신성에서도 확인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비중에서 한국은 17.9%로 OECD 국가 중 32위로 꼴찌였다. 수출기업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술기반 창업도 하락세다. 지난해 기술기반 창업은 22만1436개로 2021년(23만9620개)보다 7.6% 감소했다. 제조업 창업도 3년 만에 25.3%가 줄었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수출대책을 내놓으며 자신했던 기대치와는 매우 다른 결과다. 잘못된 진단이거나 처방전 약발이 별로였던 셈이다. 기업들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에 매몰돼 효과를 외면해온 결과다. 이제 정확하고 과학적인 진단으로 새로운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 수출중소기업의 체력회복은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다.
예전과 똑같은 내용과 방법, 의지로는 미래가 없다. 기존처럼 단순한 지원사업 위주로는 기업과 기업인의 혁신을 추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집단지성을 발휘하자. 정부가 바뀌어도 추진되도록 중장기적인 중소기업 수출생태계 강화 방안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에게 멋진 일자리 제공을 위해.
김형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