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사고 대응 매뉴얼 안 지켰다”

2024-08-22 13:00:02 게재

김은혜 의원 “구로역, 5시간 뒤 작업 중지 명령 … 사고현장 녹화 안 돼”

폴라리스쉬핑 경영진 검찰 송치

잇단 산업재해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일부 사고에서 작업중지 명령 등 사고 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경부선 구로역 구내 직무사고 발생 및 조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구로역을 관할하는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는 사고 당일인 지난 9일 오전 7시 33분에 현장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오전 2시 16분쯤 사고가 난 지 5시간 17분 만이다. 국토교통부와 경영진에 처음 사고 발생 보고를 한 오전 2시 44분으로부터 4시간 49분 뒤다.

이는 코레일의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대응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김 의원측의 지적이다.

코레일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대응 절차’에 따르면 코레일 소속 조직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보고를 한 이후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 2차 사고 예방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보존을 위해서다.

또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는 관할 고용노동청에 오전 3시 38분에 사고를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중대산업재해를 인지한 즉시 고용노동청에 알리도록 한 절차를 어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측은 “사고 직후인 오전 3시 2분쯤 수도권서부본부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 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고, 구두로 작업중지 조치를 지시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당시 중지 지시가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제되는 구로역 사고 현장 9일 작업 차량 두 대가 충돌해 작업자 2명이 숨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승강장에서 철도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아울러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 현장 직원은 사고 발생 1분 뒤인 오전 2시 17분에 관제에 우선 보고한 뒤 2시 18분에 119에 신고했다. 이 역시 인명 구호를 우선시하지 않은 부적절한 절차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사고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사고 발생 시 대응 매뉴얼 또한 매우 중요한데, 2차 사고 방지와 원인 규명을 위한 작업중지 명령 없이 5시간 이상을 흘려보내는 주먹구구식 사후대처가 유사 사고 반복의 근본 원인”이라며 “코레일은 물론 국토부 차원에서 사고 대응 실태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 걸로 드러난 가운데, 그 이전의 영상 상당 부분도 불완전한 상태라 사고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사실은 지난 14일 숨진 노동자 정 모씨의 빈소를 찾은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유족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처음 알려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해당 영상기록장치의 경우 전원이 켜지면 2분 간격으로 자동 저장되며 일주일간 보관된다. 하지만 사고 다음날 제조업체가 점검을 해보니 영상 파일 일부가 없었다.

특히 6일 오후 2시 55분부터 사고가 난 9일 오전 2시 20분까지는 내내 저장되지 않다가 사고 발생 약 3시간 뒤인 오전 5시 4분부터 다시 작동했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노동자들이 타고 있던 모터카와 부딪힌 선로점검차의 블랙박스 2대가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다. 사망자가 타고 있던 모터카에 달린 카메라 4대도 모두 사고 현장을 비추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로점검차 외에 선로 위에 있는 CCTV 2대에도 사고 장면이 찍히지 않았다.

즉, 사고 당시 구체적 모습을 담은 영상이 현재까지는 없는 셈이라 사고원인 규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는 구로역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일 오전 2시21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9번 승강장 인근 선로에서 전차선 보수 작업 중이던 모터카가 옆 선로를 점검하던 선로점검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모터카에 탑승해 작업하던 코레일 소속 30대 노동자 2명이 숨졌고 1명은 치료 중이다. 사고는 선로점검열차가 금천구청역을 출발한 지 6분여 만에 발생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