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무혐의’ 이원석 총장 판단 주목
이창수 중앙지검장, 22일 수사결과 보고
‘수사 공정성’ 논란에 수사심의위 가능성
야권 “특검 필요성 스스로 입증” 비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이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이원석 검찰총장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수사과정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던 이 총장이 수사팀의 결론을 그대로 수용할지,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별도의 판단을 다시 구할지 주목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주례 정기보고에서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결과를 이 총장에게 보고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수사 결과를 최근 이 지검장에게 보고하고 대검에도 수사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지난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에게서 명품가방을 받은 것은 맞지만 윤 대통령 직무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와 김 여사의 친분,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등 청탁 전달 경로 등을 따져봤을 때 대가성이 있다기보다는 ‘접견을 위한 수단’ 또는 ‘개인적 관계에서의 감사 표시’를 위한 수단으로 본 것이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검찰은 윤 대통령 또한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지만 공직자는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인지한 즉시 신고 의무를 가지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수사팀은 ‘청탁 알선’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5월 2일 이 총장 지시로 수사팀을 구성한 이후 김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실 행정관, 최 목사 등 사건관계인 조사와 명품가방 검증 등을 거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반인의 상식과는 달리 김 여사에게 완벽한 면죄부를 주는 결론이어서 반발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 총장의 엄정 수사 지시 이후 수사 지휘부가 전격 교체되고 김 여사에 대한 ‘황제조사’ 비판이 제기되는 등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져왔다.
지난달 20일 수사팀이 이 총장에게 사전 보고 없이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청사에서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하자 이 총장이 직접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수사팀을 공개 질타하기도 했다.
대검에서는 이번 수사팀의 잠정 결론이 이 총장에게 보고되기 전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에 불쾌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 내용을 놓고 협의 중인 상황에서 마치 결론이 난 것처럼 언론에 알려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이 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총장이 수사팀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김 여사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된다.
반면 이 총장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하면 수사 결과는 다시 한번 별도의 판단을 받게 된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주요 사건의 수사과정을 심의하는 제도다. 300명 규모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 중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위원회가 구성된다.
문제는 이 총장의 임기가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심위 참여위원을 선정하고 소집하는 절차를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열흘, 통상 2주는 걸린다. 수심위가 내린 결론을 수사팀이 수용할지 검토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추석 연휴로 사실상 다음달 13일 퇴임하는 이 총장 임기 내 사건 처리가 불확실하다.
이 총장이 수심위를 소집할 경우 대검과 중앙지검간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수도 있다.
이 총장이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의 무혐의 잠정 결론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명품백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다면, 이는 특검의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고 조국혁신당도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검찰이 애완견처럼 구니까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게 만들자는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봐주기 수사’로 일관해온 검찰의 행태를 볼 때 김건희 여사에 대한 ‘혐의 없음’ 결론은 예견된 것이었다”며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수사기관으로서 존재이유를 부정한 것”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김 여사에 명품가방 등을 건넨 최 목사는 입장문을 내고 “(김 여사와 만남의 목적인) 통일, 대북정책, 국가 정책 자문은 그 자체로 대통령 직무이고,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여러 자문기구의 위원들도 있다”면서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검찰 판단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검찰 수사 결과를 비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