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 힘으로 인도양·서태평양 영향력 확대
이사부호, 취항 후 8년간 31만3천㎞ 누벼 … 지구 8바퀴
미국 요청으로 2026년까지 한·미 인도양 공동관측연구
한국의 해양과학이 지구촌 바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해양강국 미국도 열대 서인도양 해양 환경의 변동 특성을 규명하고, 인도양 열대용승해역의 변동 원인을 이해해 과거 변화를 재현하고 향후 계절 변동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에 공동연구를 요청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과기원)은 최근 대양탐사연구선 이사부호 등이 이룬 연구성과를 공개하고 국내외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들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3일 해양과기원에 따르면 종합 해양연구선 이사부호는 2016년 11월 취항 이후 약 8년간 31만3010㎞를 누비며 해양자원 개발과 기후변화 대응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4만75㎞에 이르는 지구 둘레길이의 8배다. 매년 지구 한 바퀴 길이 바다를 탐사하며 연구한 셈이다.
이희승 해양과기원장은 “이사부호 취항으로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대양탐사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국제 해양탐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해양과기원의 인프라와 축적된 연구성과가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인도양 대기~해저면까지 시계열 관측 성공 = 인도양은 한반도의 강수량 증가, 강풍, 겨울철 고온현상 등 최근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관련 연구가 많이 수행되지 않은 곳이다. 미국이 한국에 공동관측과 연구를 제안한 곳이기도 하다.
강동진 해양과기원 부원장은 “저온의 심층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는 서인도양의 열대용승 해역 변동성은 북태평양 기후 예측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2016년부터 미국 해양대기청(NOAA. 노아)에서 우리나라에 공동 연구를 제안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노아는 이 연구를 위해 연간 120만달러 예산을 확보해 지구 전체 해양모니터링프로그램(GTMBA) 책임자 명의로 열대 인도양 시계열 상시 관측망(RAMA) 장비 운용과 유지보수를 위해 연구파트너로서 우리나라의 협조를 계속 요청했다. 미국의 RAMA는 20여개 부이로 구성돼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 노아 예산이 삭감되면서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협력상대가 필요했고, 한국은 미국의 손을 잡았다.
2022년 4월 시작해 2026년 12월 말까지 진행할 예정인 ‘인도양 한·미 공동관측 및 연구’는 강 부원장이 연구를 총괄하고 부산대와 서울대가 함께 참여하고있다. 해양수산부는 매년 29억원씩 5년간 144억2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해양과기원은 미국과 함께 동북아시아 기후예측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선박 인공위성 해양관측로봇 등을 이용해 시계열 관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열대 서인도양 해양환경변동특성을 규명하고 △인도양 열대용승해역의 변동특성을 이해해 계절변동예측시스템을 개발하는것을 목표로 세웠다.
매년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26일에 거쳐 한국 해양과기원과 미국 노아 해양과학자들은 한국의 이사부호를 타고 서인도양 해역을 다양한 방식으로 관측하고 있다. 해양과기원은 이사부호 해양로봇 인공위성을 활용해 해양환경 변동성을 연구하고, 노아는 주로 RAMA 부이를 활용한 시계열 관측을 전담하고 있다. 노아는 대기와 수심 500m까지, 해양과기원은 수심 300m부터 3000m까지 관측한다. 열대 용승지역은 대기(바람)와 해류에 의해 모두 영향을 받는 지역이어서 해양환경 변동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대기부터 수심 3000m까지 모두 관측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RAMA 부이 중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부이는 한국과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3개소로 알려졌다.
강 부원장은 “이렇게 해서 지난 6월 한·미 과학자들이 함께 인도양 최초로 대기부터 해저면에 이르기까지 시계열 관측에 성공했고, 이를 라마-케이(RAMA-K)라고 이름 붙였다”고 밝혔다. 라마-케이 지점은 서인도양 열대해역인 동경 65도, 남위 8도에 위치하고있다.
해수부와 해양과기원은 이 관측 결과와 기초 데이터를 기상청(국립기상과학원) 등 관련 기관과 국내·외 학계에 제공해 관할해역 해양자료 공동활용 시스템(JOISS)에 등재했다. 또 해양과기원이 운영하는 해양기후예측센터에 관측 자료와 모델 결과를 제공해 한반도 주변의 폭염과 장마 등 계절별 기후예측을 강화하는데 활용하고 나아가 동북아 해양환경변동과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양국은 또 유네스코가 주도하는 국제연합(UN) 해양과학 10개년 계획의 국제공동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후대응공조를 강화할 예정이다. 유엔계획에는 15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인도양·서태평양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 =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등 심해저광물자원에는 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등 전략금속이 다량 포함돼 있다. 특히 망간각은 첨단 신소재 주재료가 되는 희토류가 함유돼 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고영탁 해양과기원 대양자원연구부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이사부호를 이용해 인도양(2021~2026년)에서 해저열수광상, 서태평양(2022~2028년)에서 망간각 개발유망광구 선정을 위한 정밀탐사 활동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해저열수광상은 지질시대 바다 속에서 해저열수활동이란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걸로 알려져 있는 구리 아연 금 은 등 금속 자원이 있는 곳이다. 해저 2500~3500m 깊은 바다의 열수광상 해역 바닷물 온도는 350℃에 이른다.
해저열수광상 연구를 맡고 있는 김종욱 해양과기원 책임연구원은 “금속 수요가 늘면서 첨단산업 필수소재인 금속 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공해상에서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해양경제영토를 개척하는 게 연구목표”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2014년 6월 국제해저기구(ISA)와 ‘인도양 공해상 해저열수광상 탐사계약’을 체결해 1만㎢ 해역을 탐사, 2026년까지 유망 탐사해역을 2500㎢로 압축할 예정이다.
서태평양에서 진행 중인 망간각 탐사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해수부와 국제해저기구는 2018년 3월 ‘서태평양 망간각’ 탐사계약‘을 체결해 3000㎢ 후보 해역을 탐사, 2028년까지 유망해역 규모를 1000㎢로 압축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 350배 공간을 탐사해 3분의 1 수준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망간각 탐사계약을 체결한 네번째 나라다. 일본(2014년) 중국(2014년) 러시아(2015년)가 앞서 계약을 체결했다.
고 부장은 “코발트와 니켈 희토류 등의 금속을 함유한 망간각은 7000만년 전에서 40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며 “백만년에 34㎜ 정도 자란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3년부터 심해저광물자원 탐사활동을 통해 공해상의 태평양 망간단괴 광구(2002년, 7.5만㎢), 인도양 해저열수광상 광구(2014년, 1만㎢), 서태평양 망간각 광구(2018년 0.3만㎢)광구, 그리고 통가(2008년, 2만4000㎢)와 피지(2011년, 300만㎢) 배타적경제수역 내 광구를 확보하며 해양경제영토를 확장한 바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