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 범위

2024-08-23 13:00:01 게재

과연 이원석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 지휘를 할 수 없을까. ‘아니다’는 주장이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이었던 추미애 의원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 배제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4년이 지난 뒤 전 정부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내렸던 수사지휘는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검찰총장 이원석’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총장 수사지휘권 배제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출장조사 과정에서 ‘총장 패싱’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수사팀이 이원석 총장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수사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김건희 여사 사건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이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배제 지휘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끈다.

검찰총장을 지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법무부장관이 행하는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검찰청법 제8조)는 검찰총장의 법적 권한인 모든 사건 수사에 대한 총괄 지휘·감독 권한을 뺏지는(수사지휘 배제) 못한다”며 “이런 장관의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배제 지시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의 기수(이미 범죄행위 성립)에 해당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다만 “법에 규정된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은 총장의 권한 범위 내(기소 또는 불기소, 불구속 수사 등)에서 할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문재인정부 이전 정부에서 장관의 총장에 수사지휘권 행사는 불기소 지시나 불구속 수사 지휘를 하는 데 그쳤다.

처음은 1949년 4월 이승만정부 때 이인 법무부장관이 임영신 상공부장관 등의 독직사건에 대해 권승렬 검찰총장에게 불기소 지시를 한 적이 있었다.

다음으로 2005년 10월 노무현정부 때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에서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말고 불구속 수사를 하라는 지휘를 한 적이 있다.

이원석 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배제 지시가 법 위반으로 무효인 만큼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배제 지시라는 명분 아래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수사 결론을 늦추는 것은 윤 대통령과 검찰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선일 기획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