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세법개정안 놓고 여야 ‘중도층 끌어안기’ 싸움 격화
정부여당,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최대주주 할증폐지 개정안 내놓자
야당은 기업프리미엄 최대 40%까지 높이는 ‘개정안’ 발의로 역공
상속세 일괄공제액·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액 상향엔 여야 공감
내년부터 적용될 ‘2024년 세법개정안’ 국회심의를 앞두고 여야 샅바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과세, 일부 감면확대를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제출했다. ‘초부자 감세’란 비판을 의식, ‘결국 중도층이 혜택을 보는 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초부자감세안으로 규정, 중도·서민층 감면 중심의 개정안을 따로 내며 역공을 펴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상황을 활용해 정부 세법개정안 대신 야당 자체적인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속내다.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여야 기싸움이 세법개정안, 특히 상속세 개정안을 놓고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상속세법 맞불 놓는 야권 = 23일 국회에 따르면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공정시장가액을 원칙으로 상속세를 매기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대표발의했다.
현행 상속세법은 대기업 최대주주가 상속받는 주식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보고 주식 가치를 평가액보다 20% 높게 책정해 상속세를 매기고 있다. 앞서 정부는 세법개정안에서 대기업 최대주주의 상속세 할증 20% 평가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20% 할증이 과도하다는 재계의 논리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은 ‘20% 할증이 지나친 혜택이 될 때가 더 많다’며 맞불을 놓았다. 차 의원은 “시장에서 통용되는 실제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는 50%를 넘어선다. 현재 최대주주는 상속세 책정 시 20% 할증을 받는데, 결국은 할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안은 어떻게 보면 할인 평가 받는 세금마저도 없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가격에 맞게 세금 매겨야” = 야당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20%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를 기본으로 하되 이 비율이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될 경우 국세청장이 국세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할증평가 비율을 최대 20%까지 가감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시장가치에 따라 최대주주 할증이 자산 가액의 0%에서 40%까지 재산정 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차 의원은 “우리나라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는 실질과세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면서“현행 제도는 최대주주에게 20%로 일괄 할증,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무조건 폐지하는 정부 세법개정안은 실질과세 원칙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므로, 시장에서 형성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제확대에는 여야 한목소리 = 정부 세법개정안을 ‘부자감세’로 규정한 야권은 상속세 일괄공제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안도 냈다.
일괄공제를 확대하면 주로 어느 정도 상속재산이 있는 중산층이 주로 혜택을 보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이런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속세 일괄공제·배우자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7억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당 임광현 의원도 비슷한 개정안을 냈다.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 한도금액인 5억원을 10억원으로 올리는 게 골자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에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현행 50%→40%), 자녀공제 확대(1인당 5000만원→5억원) 등의 내용은 담았지만, 일괄공제·배우자공제 조정은 담기지 않았다.
안 의원은 “최근 부동산값 상승으로 상위 중산층에 속하는 이들이 상속세 납부 대상으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상속세 과세 대상은 현재 사망자의 5.2% 정도인데, 해당 법안이 반영된다면 2.5%로 줄어들고, 소액 재산 상속자들의 세 부담도 면제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송언석 의원(기획재정위원장)이 일괄공제·배우자공제를 확대하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어 공제확대에는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조세소위원장 놓고도 샅바싸움 = 세법개정안을 논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조세소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기싸움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이날까지 조세소위를 비롯해 경제재정소위·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청원심사소위가 구성되지 않고 있다. 조세소위는 정부가 제출하는 세법 개정안 등을 포함해 모든 세법 제개정안을 1차 심의하는 세법 심사의 첫 관문이다.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법안에 힘을 보태거나 제동을 걸 수 있다.
“국정운영을 위해 관례대로 여당이 조세소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정부의 감세 견제와 책임 있는 국회 운영을 위해 다수당인 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민주당이 팽팽하게 맞서 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심사도 모두 멈춰 섰다.
조세소위원장 쟁탈전이 치열한 배경에는 세법을 둘러싼 여야의 정책 경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50%→40%)와 자녀 공제 상향 등의 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자 민주당은 최고세율은 유지하면서도 상속세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액을 늘리는 법안을 발의하며 맞불을 놓았다. 종부세를 놓고도 여당은 폐지를, 야당은 1주택자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