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가족도 신체 건강 나빠

2024-08-23 13:00:01 게재

정신질환자 77%는 1회 이상 입원 … 가족 60% “돌봄 부담에 차별 느껴”

정신질환자 뿐만아니라 돌보는 가족들의 신체건강도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정신질환자 중 77% 정도는 1번 이상 입원한 경험이 있었다. 세상을 등질 생각이 날때도 혼자 감당했다. 정신질환자의 가족 10명 중 6명가량은 환자 돌봄에 부담을 느끼고 주변으로부터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며 당사자 보다 지역 계속 거주가 어렵다고 봤다.

22일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진행한 ‘정신질환자 및 가족지원 서비스 확충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정신질환자 1078명과 그 가족 995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 등을 물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76.7%는 정신건강학과 의료기관에 1번 이상 입원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신질환자 자신의 뜻으로 입원하지 않은 경우가 60.3%나 됐다.

정신질환자의 정신적 응급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으로는 가족이나 친척이 64.3%로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20.2%는 세상을 등질 생각을 한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을 등질 생각한 배경에는 건강 문제(53.7%), 고독·외로움(39.4%), 빈곤(34.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세상을 등질 생각이 날 때는 ‘혼자 감당했다’가 77.1%로 가장 많았다.

정신질환자 자신의 건강 상태를 ‘좋다’(매우 좋음 포함)고 생각하는 경우는 23.9%에 불과했다. ‘나쁘다’(매우 나쁨 포함)는 응답은 30.0%였다. 절반 이상의 정신질환자(55.6%)는 정신적 문제 외에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환자의 32%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괴롭힘이나 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다. 괴롭힘이나 폭력을 당했을 때 ‘참았다’(84.3%)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정신질환자 당사자들의 건강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그들의 가족들도 신체 건강 등이 힘든 것은 비슷했다. 일반 성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상태와 비교해 나빴다.

가족들에게 본인의 주관적 건강 상태를 묻자 ‘좋다’는 답변은 20.9%로 적었다.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본인을 건강하다고 답한 성인의 비율(36.2%)보다 낮다.

이들 가족들도 최근 1년 새 세상을 등질 생각을 심각하게 한 경우가 20.5%나 됐다. 이들 가족 중 40%는 구체적으로 세상을 등질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28.4%가 실제로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들 61.7%는 환자 돌봄 부담이 크다고 느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부모 등 보호자 사망 후 정신질환자가 혼자 남았을 때의 막연한 불안감(42.1%)을 꼽았다.

정신질환자 가족 가운데 자기 삶에 만족하는 경우는 19.1%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일반 국민의 만족 수준(42.2%)보다 훨씬 낮았다.

가족이 돌보는 환자의 평균 연령은 43.8세였다. 주로 조현병 스펙트럼(48.1%), 우울증(20.1%),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14.9%) 등 순으로 많았다.

가족 환자들을 돌보느라 본인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경우도 22.8%나 됐다.

환자 가족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으로부터 차별 인식이다. 가족 중 56.4%는 친인척이나 친구 이웃 등으로부터 차별받는다고 느꼈다.

한편 가족에게 돌보는 정신질환자가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가족의 48.0%는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는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의 69.6%가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것에 비해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지역사회 계속 거주가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가족 비율은 △70대 이상인 가족 △건강보험 가입자 △주관적 소득수준을 낮을수록 △돌보는 정신질환자의 유병기간이 길수록 높게 나타났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가족과 환자를 돕기 위한 위기개입팀 운영 등 정신응급대응체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자립 지원을 위한 주거지원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정신질환자와 가족의 삶과 환경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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