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풍경

산재요양기간 중 어쩔 수 없는 사직서 제출, ‘부당’

2024-08-23 13:00:02 게재

A씨는 2022년 6월 기능성 점착 소재를 제조하는 C사에 입사해 생산팀 검수포장 담당 직원으로 일했다. A씨는 근무하던 중 좌측 손가락 골절 및 인대파열 등 재해를 입어 근로복지공단(공단)에 산업재해 보상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공단은 지난해 1월 ‘좌측 제3수지 근위지골 골절’ 등 5개의 상병에 대해 2022년 12월~2023년 5월까지 요양을 승인했다.

A씨는 산재요양기간 종료 이후에도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워 지난해 5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매 1개월씩 7차례 휴직원을 제출했고 C사는 이를 승인했다.

A씨는 마지막 휴직기간이 종료될 무렵인 지난해 12월 1일 C사를 방문해 경영팀장과 면담한 이후 며칠 뒤인 4일자로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C사는 A씨에 대해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 퇴사(개인 연차 6개월 소진, 산재 추가상병 진행 중)로 퇴사신고(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했다.

한편 A씨는 7차 휴직기간 중인 지난해 11월 공단에 추가상병(우울장애)을 신청했다.

공단은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인 12월 21일 추가상병(적응장애)을 승인하면서 요양기간을 2023년 7월 17일~12월 30일까지로 하는 재요양을 결정했다.

노동위 “사직서 제출, 근로자 진의로 볼 수 없다”

A씨는 6차 휴직기간 중인 203년 10월 16일 불안장애 등의 진단을 받아 다음달 공단에 우울장애 추가상병을 신청하는 등 정상적인 근로 제공이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됐고 이러한 사정을 C사도 알고 있었다.

C사는 지난해 5월 산재요양기간 종료 이후의 휴직에 대해 개인사유에 의한 휴직으로 처리하면서 A씨의 휴직연장 신청에 대해 회사 규정상 개인 휴직이 허용되는 최장기간이 6개월이라고 알렸다.

이어 추가상병 신청 건에 대해 공단에서 승인이 없을 경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조건으로 1개월 추가 휴직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C사는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지난해 12월 경영팀장이 사직서 작성을 강요했고 7차 휴직원에 기재된 ‘추가상병에 대한 공단의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자진 퇴사하겠다’는 취지의 문구도 경영팀장이 불러주는 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A씨는 회사에 금전이나 다른 것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상병을 지닌 채로 퇴사하게 되면 다른 회사에 취업하기 어렵고 회사에 소속돼 있어야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휴직연장을 요청한 것이었다.

더욱이 A씨는 추가상병 신청에 대한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향후 정상적인 취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A씨가 스스로 사직서를 작성해 퇴사를 선택할 어떠한 이유도 없었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A씨가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C사가 A씨에게 휴직연장이 불가하고 복직 또는 사직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면서 면담을 지속했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A씨가 불가피하게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사회통념상 타당성이 있으며 이는 사직을 강요하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근로자 해고일, 산재요양기간에 해당돼 무효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산후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에 해고하지 못한다”고 해고제한 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고제한 기간 중에 행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와 관계없이 무효다.

C사는 2023년 12월 4일 자로 A씨를 해고했다. 그런데 공단은 같은해 12월 21일자로 A씨의 추가상병을 승인하면서 요양기간을 같은해 7월 17일~12월 30일까지로 하는 재요양을 결정했다.

통상 산재요양 심사결과는 단시간에 빠르게 나오지 않으며 희귀질병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C사가 A씨를 해고한 해고일은 공단이 소급해 승인한 산재요양기간 중에 해당돼 무효다.

근로기준법은 제23조 제2항의 위반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벌칙 중 가장 중하다. 그만큼 A씨와 같은 취약 근로자를 절대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이며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한 잣대가 필요할 것이다.

최환순

중앙노동위원회

심판1과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