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계엄 의혹’ 되풀이…진짜일까, 공포 마케팅일까
민주 “윤 대통령, 탄핵 대비해 계엄 준비” 주장
헌법 77조 ‘국회 재적 과반 찬성하면 계엄 해제’
민주당 인사들은 지난해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1979년 10월 마지막으로 선포된 뒤 없었던 계엄령이 다시 출현할 가능성이 있는 걸까. 야권은 확신하는 표정이지만, 여권은 “근거없는 억측”이라고 반박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인사들은 지난해부터 계엄 시나리오를 되풀이해 주장하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21일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세력 발언으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은) 탄핵 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기 바란다”며 “계엄령 준비 시도를 반드시 무산시키겠다”고 말했다. 계엄설을 아예 사실로 단정한 것이다.
앞서 김병주 최고위원은 19일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15일에도 “만약 윤석열 탄핵으로 간다, 윤 대통령은 그런 상황이 오면 계엄을 선포한다든가 비상에 대한 어떤 걸 한다던가 할 그런 우려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육군 대장 출신이다.
민주당의 계엄 시나리오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김용민 의원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윤석열정부는) 22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최소 단독 과반확보 전략을 통해 윤석열정권 심판과 계엄 저지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과반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계엄 시나리오는 박근혜정권 당시 작성됐던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에서 비롯된다. 기무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2017년 3월 계엄령을 검토하는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여권은 “극단적 망상”이라고 반박한다.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17일 “야당이 이렇게 계엄 운운하는 것은 문재인정권 시절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인가”라며 “당시 검사를 37명이나 투입하여 90곳 넘게 압수수색해가며 100일 이상 수사를 벌였음에도, 그 어떤 내란 음모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결국 전임 박근혜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불쏘시개로 삼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헌법이 규정한 계엄 조항도 야권이 주장하는 계엄 시나리오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근거로 제시된다. 헌법 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의 하나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한다고 해도 170석을 가진 민주당이 곧바로 해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2일 “민주당의 의석이면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휘한다고 해도 국회가 충분히 이를 해제시킬 수 있다”며 “민주당이 헌법에 정해진 계엄령 요건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음모론을 펼친 것이라면 이는 국민에 대한 겁박이자 북한 김정은을 웃게 만들기 위한 반국가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군이 나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여당 국방위 의원들은 “민주당에게 지금이 도대체 군이 나설 수 있는 세상이라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을 혹세무민해 정치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계엄 시나리오는 국민이 윤석열정권에게 등 돌리도록 만들려는 공포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