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만 집중하면 열 사망자수 과소평가 가능성
커지는 ‘기후불안’은 어떻게 볼까
최근 이상기후가 심화하면서 폭염(열파)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폭염에 다른 초과사망자 수를 중심으로 보건정책을 짜느냐, 기온 변동에 따라 사망률을 추적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된다.
우리는 흔히 더운 날을 폭염이라고 말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열파’(heat wave)라고 통용된다. 열파는 통상 수십~백년에 1회 비율로 나타날 수 있을 정도의 고온이 상당히 넓은 범위의 지역에 걸쳐 2~3일 이상 지속되며 이에 수반해 습도도 높은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딱 하나로 정의된 상황은 아니다.
2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더운 날인가, 폭염인가? 연구자들은 더위로 인한 사망자 수를 어떻게 셀지 논쟁’(비비안 라)에서 영국 통계청의 역학자 비젠드라 인골은 “연구 범위를 열파로 제한하면 사망자 수가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열파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위 영향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유럽 연구처럼 기온 변동에 따라 사망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게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더 정확한 측정 방법은 공식적으로 선언된 열파에 따라 매일 예상 수를 넘는 초과사망자 수를 세는 거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학문적인 영역에 그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실내에 머물거나 다른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열 경고 시스템이 변화하거나 관련 정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환경 역학자 하이메 마드리가노는 “다른 노출 지표를 살펴보며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며 “기온에 따라 사망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면 점진적인 온난화의 건강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고 열파에 초점을 맞추면 극단적인 사례의 결과를 강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난화 영향은 신체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으로 기후불안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기후불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응’(채수미)에 따르면 기후불안은 기후시스템의 위험한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감정적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고조되는 현상이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연구센터장은 이 글을 통해 “기후불안이 정신건강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부정적 긍정적 영향이 모두 있으므로 이에 대한 올바른 논의와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