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최신 연구 정보는 물론 든든한 동료 얻어”
국회 환경생태기상ICT융합포럼
제주서 9개국 참여 국제생태학교
“제주도 구상나무는 기후위기 최전선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취약종일 뿐 아직까지 멸종위기종 지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국내 구상나무 연구는 2018년을 기점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정부와 학계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24일 박현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환경계획학과 환경에너지연구실)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박현지 학생은 19~26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3회 국제생태학교에 참여 중이다.
그는 “관심 분야를 연구하는 일은 즐겁고 행복하지만 연구자는 혼자이기에 외롭기도 하다”며 “국제생태학교에서 생물다양성 관련 최신 연구와 개념들을 습득하는 건 기본, 무엇보다 연계망 형성을 통해 든든한 연구 동료들을 얻은 일이 기뻤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식물(한정된 지역에서만 생육하는 고유식물)이다. 한반도 기후변화의 척도가 되는 ‘기후변화지표종’으로 꼽힌다. 한반도 남부지방에만 자라며 한라산과 지리산이 주요 집단 서식지다.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됐다.
물론 구상나무 고사 원인은 기후변화 외에도 다양하다. 한라산의 경우 노루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노루가 구상나무 어린잎을 먹어 치우면서 문제가 된다. 한라산에서 구상나무의 발아된 싹이나 그로부터 자라나는 작은 유묘를 거쳐 치수(稚樹)로 커 나가는 기간은 20여 년 이상 걸리는데, 이 기간에 노루 피해를 입게 되면 자연히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회 환경생태기상ICT융합포럼(이사장 남상호 대전대학교 총장)과 한국장기생태연구네트워크(위원장 권오석 경북대학교 교수)는 19~26일 제주도에서 ‘생태계서비스&자연과의 공존’을 주제로 제3회 국제생태학교를 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몽골 베트남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 9개국의 교수와 연구자 대학원생 등 약 70여명이 참여했다. 한국의 아고산지역 구상나무림 쇠퇴모니터링을 진행 중인 제주도 한라산 장기생태연구거점을 주축으로 다양한 현장 체험 기회를 가졌다.
24일 권오석 국제장기생태연구네트워크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장은 “기후변화라는 환경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장기생태연구를 해야만 그 영향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며 “또한 한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므로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함께 살펴봐야만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국제생태학교 교수진은 △헨비아오 킹 박사(대만 제인구달연구소) △권오석 경북대학교 교수 △용윳 트리수랏 태국 카셋삿 대학교 산림생물학과 교수 △위 슈보 중국 생태계연구네트워크 사무총장 △엘리너 마거릿 벨라스케스 박사(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육상 생태계 연구 네트워크 교육 및 트레이닝 매니저) 등이다.
최혁승 DB손해보험(후원) 법인사업부문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차세대 연구자들이 지역과 인종을 넘어 협력하는 토대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생태학교는 2022년 태국, 2023년 대만에서 실시됐다. 2025년에는 필리핀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