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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시나리오는 여럿일 수 있다

2024-08-26 13:00:01 게재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를 세상에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세상은 소름 끼치도록 놀라운 AI 성능 앞에서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한편으로는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챗GPT 개발을 주도한 샘 올트먼은 현재 AI 수준을 흑백TV에 비교하면서 AI가 가야 할 길이 한참 멀었다고 설파했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은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AI 시대 개막을 주도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앞으로 세상은 AI가 지배할 것이며 AI 산업을 장악한 자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과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대로 AI산업이 일직선을 따라 무한질주를 거듭할 수 있을까?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첫번째로 전력 공급의 한계를 들 수 있다. 기존 대규모 클라우드 서버는 주로 저장 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런데도 엄청난 전력을 사용해야 했다. AI 클라우드 서버는 병렬연산기능이 더해지면서 종전보다 몇배의 전력을 사용한다. 막대한 전력 공급을 요구한다.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가 전력공급을 제약하고 있다는 데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발전의 확대는 원천적으로 어렵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상조건에 따른 제약을 받는다. 원자력발전은 사용 후 핵연료 처리와 방사능 유출 위험으로 저항이 매우 심하다. 청정수소경제로의 완전한 전환과 인공태양이 궁극적 해결책일 수 있으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러모로 AI 산업의 전력 수요와 실제 공급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간 욕망구조 변화가 가장 중요한 저해요인

두번째로 해킹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은 수많은 컴퓨터가 정보를 교환하는 소통의 통로가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상대 컴퓨터에 침투하는 공격루트가 되기도 했다. 해킹이 일상화된 것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인간을 닮은 AI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하면서 상용화의 최대 난관은 해킹 방지라고 말한 바 있다. 역설적으로 해킹 위험성이 높음을 언급한 셈이다.

대부분의 AI는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 서버와 연결되어 작동한다. 해킹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만약 해킹이 이루어진다면 AI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살인병기로 둔갑할 수 있다. 네 바퀴 달린 AI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완전 자율 자동차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해킹 가능성을 완전하게 차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는 늘 창이 유리하기 마련이다. 일거에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고 누구인가 이를 악용한다면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인류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인류 역사는 비합리적 선택으로 인한 파멸로 그득 차 있다.

세번째로 인간 욕망구조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AI산업이 일직선을 따라 무한질주하자면 일관되게 사람들이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열광하고 호응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지난 30년에 걸친 인터넷 시대를 관통한 코드는 편리성 증대였다. 절정에 해당하는 스마트폰 등장 등으로 편리성은 경이로울 만치 증대했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뛰어난 학습 동물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시대를 충분히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편리해진 만큼 행복해졌는가?

사람들은 편리해질수록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신화가 거짓일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AI산업 역시 인터넷 시대를 관통했던 편리성 철학 연장선에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예전과 같지 않다. 생성형 AI가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그게 내 삶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어쩌면 사람들은 빅테크 관계자들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삶을 추구할지도 모른다. 시장 수요가 전혀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보다 개방적이고 탄력적 사고가 필요

AI시대 시나리오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수 있다. 역사는 일직선이 아닌 방향이 자주 바뀌는 지그재그를 그리며 나아간다. 3차원 공간으로 보면 순환하며 상승한다. 단선적 사고는 자칫 사회 전체를 위험한 함정에 빠트릴 수 있다. AI시대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고 탄력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