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은행권 금융사고…우리은행 ‘미보고’ 논란도
배임·횡령사고 잇따라, 농협은행 올해만 네 번째
은행권 횡령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1533억원
최근 은행 영업점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금융업권 중에서 비교적 내부통제가 잘되고 있다는 은행권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다. 특히 금융사고와 관련한 금융당국 보고와 공시가 이뤄지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면서 은행권을 향해 강도 높게 경고하고 나섰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22일 117억원 가량의 횡령이 발생했다고 금융감독원에 금융사고를 보고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5월까지 3건의 배임사고를 공시했고, 이번 횡령 사건으로 네 번째 금융사고가 터졌다.
농협은행 영업점 직원이 2020년부터 지인 명의로 서류를 위조해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빼돌린 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횡령 자금 중 일부는 코인 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은행에서 177억원을 횡령한 직원도 150억원 가량을 코인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이 외환 금고에 있던 시재금 7만달러를 빼돌려 코인에 투자한 사건도 있었다.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업권의 직원 횡령도 코인 투자와 연관된 사건들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이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코인에 투자했다가 실패할 경우 잠시 자금을 뺐다가 채워 넣으면 된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큰 규모의 여신을 다루는 만큼 내부통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우려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금융권 횡령액은 1804억2740만원이고, 이 중 85%인 1533억2800만원이 은행권에서 터졌다. 올해 들어서는 6월14일까지 하나은행 6억원, 수출입은행 1억2000만원, 신한은행 3220만원, 농협은행 183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횡령뿐만 아니라 부당 대출에 따른 배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에게 4년간 616억원을 대출해주면서 이중 350억원 가량은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과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행에서 올해 발생한 배임 사고도 대출금액을 과다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고, KB국민은행도 올해 대출 과정에서 2건의 배임 사고가 터졌다.
25일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한 우리은행의 조치와 관련해 부실한 내부통제를 지적했다. 금감원은 ‘부적정 대출 취급 관련 추가 사실관계 등에 대한 설명’ 자료를 내고 “이번 전직 지주회장 친인척에 대한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는 등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대규모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금융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대응절차 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반적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부적정 대출 인지 경과, 대처 과정 및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부적정 대출 검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에 근거해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2차 심화검사 및 금감원 현장검사 대응과정에서 ‘사문서 위조 및 배임’등 관련인의 불법행위를 확인함에 따라 해당 혐의로 지난 9일 경찰에 고소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25일 금감원의 추가 발표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거나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의 조사와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