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노조 61곳 파업 찬성…진료부담 우려

2024-08-26 13:00:01 게재

29일 전에 조정해야 … 응급 중환자실 등 유지한다지만 ‘환자 고통’ 분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소속 병원 노조 61곳이 29일부터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그 전까지 조정을 통해 합의하지 않으면 간호사 등이 일반진료에서 빠지면서 해당 병원의 진료부담은 늘고 환자의 고통은 커지게 된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가입한 산별노조다. 2021년 이후 매년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했고 지난해는 19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다.

26일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찬성률 91%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조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정에 실패하면 투표 결과에 따라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한다.

보건의료노조, 의료공백 장기화에 파업 예고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29일부터 총파업 시작을 예고한 가운데 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현수막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해당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경기도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과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 민간병원 30곳이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주요 대형병원 노조는 참여하지 않는다.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들의 우려는 깊다. 전공의 대규모 이탈로 진료 축소가 이뤄진 상황에서 일반진료 분야에서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폭염과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등 열악한 상황은 더해진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각 병원은 파업이 예고된 29일 전까지 노조와의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집단이탈 후 경영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노조의 요구사항을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응급·중증 등 필수의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 불편을 고려해 파업 개시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제60차 회의를 열고 보건의료노조 파업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후 중수본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령’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 등 필수유지업무는 지속 운영돼야 한다”며 “정부는 필수유지업무 정상 진료 여부를 지자체와 협력해 지속 모니터링하고 응급·중증 등 필수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파업 시 응급환자의 차질 없는 진료를 위해 응급센터 등의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한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노조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공의 이탈 상황에서 파업하게 될 경우 환자와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생각해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보다는 사용자와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조 장관은 “앞으로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간호사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보건의료인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서 26일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상황이 예전과 달라 의료공백도 고려하면서 병원과 성실히 조정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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