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노조 61곳 파업 찬성…진료부담 우려
29일 전에 조정해야 … 응급 중환자실 등 유지한다지만 ‘환자 고통’ 분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소속 병원 노조 61곳이 29일부터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그 전까지 조정을 통해 합의하지 않으면 간호사 등이 일반진료에서 빠지면서 해당 병원의 진료부담은 늘고 환자의 고통은 커지게 된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가입한 산별노조다. 2021년 이후 매년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했고 지난해는 19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다.
26일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찬성률 91%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조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정에 실패하면 투표 결과에 따라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한다.
해당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경기도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과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 민간병원 30곳이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주요 대형병원 노조는 참여하지 않는다.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들의 우려는 깊다. 전공의 대규모 이탈로 진료 축소가 이뤄진 상황에서 일반진료 분야에서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폭염과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등 열악한 상황은 더해진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각 병원은 파업이 예고된 29일 전까지 노조와의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집단이탈 후 경영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노조의 요구사항을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응급·중증 등 필수의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 불편을 고려해 파업 개시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제60차 회의를 열고 보건의료노조 파업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후 중수본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령’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 등 필수유지업무는 지속 운영돼야 한다”며 “정부는 필수유지업무 정상 진료 여부를 지자체와 협력해 지속 모니터링하고 응급·중증 등 필수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파업 시 응급환자의 차질 없는 진료를 위해 응급센터 등의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한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노조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공의 이탈 상황에서 파업하게 될 경우 환자와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생각해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보다는 사용자와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조 장관은 “앞으로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간호사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보건의료인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서 26일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상황이 예전과 달라 의료공백도 고려하면서 병원과 성실히 조정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