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방위비 GDP 3%로 올려야”
“GDP대비 2%는 세기의 도둑질” … 재집권땐 주한미군 방위비도 압박할 듯
나토를 향해 2014년 마련된 GDP 대비 방위비 2% 기준도 부족하다며 추가 인상 압박을 예고한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 대한 압박도 더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개최된 국가방위군협회(NGAUS) 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현재 나토의 목표치인 GDP 대비 2%에 대해 “나는 모든 나토 국가가 반드시 3%를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2%는 세기의 도둑질(the steal of the century)”이라고 말했다.
그는 3% 목표에 대해 “이는 대부분의 나토 국가가 약 30% 정도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면서 “그들의 (국방비) 숫자를 보면, 우크라이나에 쓰는 돈 때문에 그 수치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년간 나토 국가는 모두 GDP의 2%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군에 지출했으며 이는 미군의 부담을 늘렸다”면서 “그 차이를 채우고 부족분을 보충하며 위협을 억제하는 것을 도운 것은 우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나토 회원국 방위에) 돈을 내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며 “나는 동맹국이 제 몫을 하도록 만들겠다. 그들은 공정한 분담(fair share)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은 우리보다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1500억달러를 더 지출했다”면서 “왜 우리가 1500억달러를 더 써야 하느냐. 왜 그들은 (미국과) 동등하게(equalize)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모든 나라를 합치면 그들(유럽)은 미국과 같은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 쉐보레 자동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냐. 아마 한 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는 벤츠, BMW, 폭스바겐 자동차가 수백만 대가 있다”면서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이용하고 군에서도 그렇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통령일 때 나토 회원국에 “우리는 당신을 도와줄 것이지만, 당신들은 우리에게 1500억달러를 빚졌다”고 말해 이와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았다고 주장했다.
나토 회원국은 2014년 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으나 미국 등 일부를 제외하면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2022년 초엔 6개국에 불과했다.
미국을 포함한 32개 회원국 가운데 올해 이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고 지난 6월 나토 사무총장이 밝힌 나라는 23개에 그친다. 트럼프가 주장한 GDP 대비 3%를 넘는 국가는 폴란드(4.3%), 미국(3.3%), 그리스(3.1%)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유세 때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러시아에게 공격을 당해도 돕지 않을 것이며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해 큰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집권 1기 시절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종전 대비 4배 이상 많은 50억달러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 워싱턴지국의 피터 베이커 백악관 취재팀장은 2022년 출간한 저서 ‘The Divider’에서 ‘집권 1기 중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자신의 질문에 트럼프가 “독일차에 대한 관세를 충분히 매기지 못한 것과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를 받아내지 못한 것"이라면서 "이 두 가지는 다음번 백악관에 들어가서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는 현재 내년 말 만료되는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새로 체결하기 위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