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실손보험, 어디까지 보장될까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재산상 입은 손해를 보상해주는 금융상품이다. 보상 규모는 ‘실제’ 피해를 입거나, ‘실제’ 부담한 금액만큼으로 정해진다. 내가 진료비로 10만원을 썼다면 그 10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해준다는 얘기다.
그런데 만약 내가 낸 진료비 10만원 중 3만원을 다른 곳에서 부담해줬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내가 병원에 낸 돈이 10만원이니 보험금도 10만원을 받는 게 맞을까 아니면 내가 실제로 부담한 7만원만 보상받는 게 맞을까.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올해 대법원에서 2건의 실손보험 판결이 나왔다. 첫번째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제’를 초과하는 금액이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소송이었다.
국민건강보험법의 ‘본인부담상한제’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연간 지출한 본인일부부담금 총액이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면 그 초과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다.
법원은 환자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에 대해 실손보험의 보상대상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공단이 3만원을 대신 부담해줬다면 보험사로부터는 7만원만 보상받는 게 맞는다는 얘기다.
실손보험 표준약관이 만들어지기 전인 2009년 10월 이전에 판매된 이른바 1세대 실손보험에서 이러한 분쟁이 계속 발생했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는데 이 대법원 판결로 교통정리가 됐다.
또 다른 판결은 제약회사가 환자에게 돌려주는 ‘위험분담 환급금’이 실손보험 보상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2014년 도입된 ‘위험분담제’는 신약의 효능·효과나 보험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회사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다.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효과가 불확실한 항암신약이나 희귀의약품 등 고가 약품을 사용했을 때 제약회사가 환자에게 약값의 일부를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소송에서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환급받는 금액은 실제로 부담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역시 보상을 이중으로 받아서는 안 되며, 실손보험은 말 그대로 ‘실제’ 입은 손실만큼만 보상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실손보험은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화된 상품이다. 또 그만큼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보험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억울할 일이 아닌 것을 억울해하거나, 불필요하게 시작되는 분쟁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박소원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