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인 기부 활성화 위해 세제혜택 늘려야
국제 자선단체인 영국 자선지원재단(CAF)가 발표한 2023년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참여지수는 38점으로 142개 조사대상국 중 79위를 차지했다. 2013년 45위였던 한국 순위는 10년 만에 크게 하락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2024년 사회복지 관련 예산은 정부 예산(656조6000억원)의 약 37%를 차지해 재정부담이 크다. 사회복지 관련된 국가 부담이 감소하려면 공익단체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민간 기부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부활성화 필요에 역행하는 세법개정
그러나 최근 세법개정은 이러한 기부 활성화 필요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 2006년 법인 기부금 손금산입 한도가 특례기부금 기준 100%에서 50%로 축소되었고, 2017년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주식취득비율을 10%에서 5%로 하향하는 등 세제혜택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법인 기부금 규모는 2018년 이후 정체되었다가 2022년 약 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0.9조원) 줄었다. 또한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계열회사 평균 지분율은 2018년 1.25%에서 2022년 1.10%로 감소했다. 2023년 30대 그룹 소속 공익법인의 계열사 기부금 현황도 1688억원으로 2017년 대비 29.4% 감소했다. 현행 세법상 규제로 법인 기부 및 공인법인에 대한 기업의 주식 기부 등 사회적 활동이 저해되고 있는 것이다.
공익사업의 재원인 기부가 부족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공익단체의 활동위축은 사회 전체가 수혜자인 공익사업의 축소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현행 법인 기부금은 특례기부금(국가, 지자체, 이재민 구호금품 등)에 소득의 50% 한도, 일반기부금(사회복지 예술 교육 자선 등)에 10% 한도로 손금산입된다.
영국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이 소득의 100%, 캐나다가 75%를 손금산입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의 법인 기부금 손금산입 한도(50%)는 주요국에 비해 낮다. 공익법인 등 자선단체가 비과세로 취득 가능한 주식지분율의 경우에도 미국은 총 발행주식 중 20%, 일본은 50%이므로 우리나라의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이 세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 주식취득비율(5%)은 너무 낮은 수준이다.
선의의 주식기부자에 대해서도 공익법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출연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재단에 주식을 기부하려는 대주주들의 최종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부문화와 공익활동 활성화 유도해야
법인 기부 관련 세법상 규제는 기부문화와 공익활동 활성화라는 관점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위기극복과 사회적 약자 배려를 위해 ‘기부’라는 형태로 자발적으로 동참한 기부자, 특히 기부 여력과 재원이 큰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려주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법인 기부금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특례기부금 100%, 일반기부금 30%로 각각 상향하고,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주식취득 비율을 20%로 조정해야 한다.
세제혜택을 기업과 공익법인에게 허용하는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자산의 기부 및 출연을 유인하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공익법인의 활발한 운영을 도모하며, 그 과정에서 기부문화가 활성화된다면 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공익단체는 정부가 세금으로 해야 할 공익사업을 대신하는 것이므로 법인 기부 활성화로 공익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면 이에 대한 세제상 지원은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