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섬 향기 담은 표고버섯 특화마을

2024-08-27 13:00:02 게재

고령화 극복 위해 스마트팜 조성

‘섬 특성화사업 3단계’ 선정 성과

섬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영토적·지정학적 가치를 넘어 경제적 가치, 환경적 가치까지 주목받고 있다.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소멸 위기는 육지보다 더 심각하다. 불편한 생활여건과 줄어드는 일자리, 지리적 고립성 때문에 주민들이 섬을 떠나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더 이상 섬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가 한국섬진흥원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섬 지역 특성화사업’은 어쩌면 작은 희망일 수 있다. 특히 개발 중심의 토목사업이 대부분인 기존 정책과 달리 주민들 스스로 섬 마을이 지속가능하도록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의미를 둔 사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에 내일신문은 모두 5회에 걸쳐 섬 특성화사업과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권역별 대표 섬들을 통해 지속가능한 섬 마을의 가능성을 점검한다.

<편집자주>

김형태(오른쪽) 으름실마을공동체 운영위원장과 주민들이 스마트팜에서 처음 제배한 표고버섯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옹진군 제공

“안정적인 소득사업이 만들어지면 섬을 떠난 사람들이 되돌아올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겁니다. 고향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형태 ㈜으름실마을공동체 운영위원장은 스마트팜 표고버섯 재배가 성과를 내면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드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사업 소득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결속력이 높아진 것이 큰 힘이 됐다. 으름실마을공동체는 인천 옹진군 덕적도 북1리 주민들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자 마을기업이다.

◆12년 사회적기업 경험 밑거름 = 으름실마을 주민들은 일찌감치 새로운 소득사업에 도전했다. 2012년 옹진군 1호 사회적기업인 으름실마을공동체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소득작물 재배를 시작했다.

주요 품목은 산마늘과 눈개승마 부지깽이 같은 산나물이다. 고사리와 머위순 다래순 엄나무순도 생산량이 제법 됐다. 참나무표고버섯 재배도 시작했다. 농협 등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마련한 덕분에 적잖은 소득을 올렸다. 2021년 결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3000만원이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주민들은 이 기업을 통해 노인복지기금과 마을주민 모임 식사지원 등에 연간 400만~500만원 정도를 지원해왔다. 무엇보다 마을공동체를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섬 특성화사업으로 반전 기회 = 하지만 주민들이 고령화되면서 새로운 사업을 고민해야 했다. 주민들이 산을 오르내리며 산나물을 채취하고 참나무표고를 재배하는데 한계를 느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의 섬 지역 특성화사업은 새롭게 도전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주민들이 선택한 새로운 소득사업은 표고버섯 스마트팜이다. 연중 재배가 가능하고 실내작업이라 고령의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2022년 특성화사업 2단계에 선정되면서 5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고 이듬해인 2023년 7월 표고버섯 스마트팜 재배사 1동을 조성했다. 지난해 9월 시범생산을 통해 650만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 2월 800㎏(800만원 상당)을 생산해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20여명에게 일자리도 제공했다. 인천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섬이담은’이라는 대표브랜드도 만들었다.

이 사업은 올해 5월 특성화사업 3단계에도 선정됐다. 새로 확보한 사업비는 24억원. 이 재원으로 내년에 스마트팜 재배사 2동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버섯스낵 버섯수제맥주 등 가공품 개발을 위한 논의도 시작했다. 섬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버섯과 산나물을 이용한 요리체험 공간도 조성하기로 했다. 강일규 으름실마을공동체 대표는 “공공근로 등 일자리가 없는 주민들의 기본 소득을 만들어보려고 시작한 사업이 마을을 유지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며 “이젠 섬 특성화사업을 계기로 다양한 소득사업에 도전해볼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성과 공유로 갈등 방지 = 마을 공동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가 갈등관리다. 특히 돈과 연관된 소득사업일 경우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진다. 으름실마을은 일찌감치 이 문제에 주목했다. 사유화를 막기 위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사 7명의 출자 한도를 100만원으로 제한했다. 사업 초기 초과해 출자한 금액은 모두 돌려줬다.

으름실마을공동체의 올해 첫 배당률은 20%다. 일반적으로 농협 배당이 7~8%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는 배당률이다. 비록 출자금이 적어 큰 금액은 아니지만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전일제로 일하는 김형태 운영위원장과 이사 1명의 인건비는 현재 마을기업 지원사업으로 충당하고 있다. 옹진군에서 160만원을, 자체 운영비에서 40만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체 부담금 40만원을 다시 공동체에 환원하면서 혹여나 생길지 모르는 갈등을 예방했다.

◆마을 이어갈 후계세대 유입 기대 = 으름실마을은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과거 국가어항인 덕적도항(북리항)을 중심으로 민어·조기 파시가 성행하던 어업전진기지였다. 1960년대에는 1만5000명이 상주했고, 마을에 주소를 둔 인구만 2000명이 넘었다. 초등학교 학생수가 580명에 이를 만큼 성황을 이루던 곳이다. 마을에는 식당과 상점들이 즐비했고 극장도 있었다. 하지만 어항이 쇠퇴하면서 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현재 인구는 105명으로 덕적도 안에서도 가장 작은 마을이 됐다. 구성원도 대부분 노인들이다.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특성화사업을 계기로 마을을 떠난 자녀들이 은퇴 후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들어오는 상상도 해본다. 김형태 운영위원장은 “10년 후에도 마을기업이 존립하려면 후계 세대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새로운 소득사업을 발굴 하려는 이유도 다음 세대들이 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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