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딥페이크 피해로 불안하지 않은 사회

2024-08-29 13:00:03 게재

언제 해일이 닥칠지 모르는 불길한 파도처럼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범죄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덮치고 있다. 군대 대학 중·고등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지인들의 딥페이크물 제작을 의뢰한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겹지인방을 만들어 함께 딥페이크물을 만들고 능욕하는 방도 있다고 하니 내 얼굴을 이용한 딥페이크물이 생성된 건 아닌지,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불안과 공포 확산

피해자 가해자 모두 10대 청소년들이 많다는 사실을 접하면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된 건 아닌지, 딥페이크물 제작을 의뢰한 건 아닌지도 두렵다. 범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쉽게 접근해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유해행위나 범죄행위에 쉽게 가담시킬 수도 있다. 담배 대리구매나 사채 도박 마약 등에서처럼 청소년이기 때문에 가벼운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행동대장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딥페이크 범죄는 그런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불안이 커지니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SNS에 사진을 올려서 피해가 발생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딥페이크 때문에 SNS를 이용하지 않는 건 교통사고가 무서워서 차를 타지 말라는 말과 같다. 그보다는 만약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일상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는 게 불안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이용하는 표현물을 소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을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며 눈감아주는 사회가 아니라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딥페이크물을 안 볼 것이라는 믿음, 피해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나를 안전하게 보호하려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 나를 궁금해하기보다 만든 사람을 비난할 것이라는 믿음, 내 아픔에 공감하고 내가 일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불안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위장수사 범위 확대 및 전담기구 설치해야

딥페이크 제작을 의뢰한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분노하고 강력한 처벌을 하라고 종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지고 잘못된 행동을 멈추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이용하는, 성폭력을 일상적인 성관계로 오해하게 만드는 표현물들이 숨 쉬는 공기처럼 아이들의 일상에 스며든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이 이런 반인권적 행동을 어떻게 쉽게 할 수 있었는지,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우리들의 책임은 없는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자수를 권해 실체를 파악하고 주동자를 검거하는 일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범죄집단에 의해 청소년들이 쉽게 유인될 수 있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범죄를 시도할 수 없도록, 시도하면 바로 검거 되도록 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인 방안은 플랫폼 사업자의 모니터링과 시민들의 감시지만 애초에 자신의 플랫폼을 안전하게 만들 의지가 없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면 이를 기대할 수 없다. 이런 곳은 우범지역에 경찰이 순찰하는 것처럼 위장수사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위장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범죄수법을 연구해 간파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