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창업자, 프랑스서 예비기소
미성년 성착취물 유포·범죄 플랫폼 제공 등 혐의 … SNS기업 CEO 형사책임 논란
뉴욕타임스(NYT)와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검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로프가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조직적으로 유포하거나 마약을 밀매하는 범죄 등을 공모한 혐의, 범죄 조직의 불법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관리를 공모한 혐의,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와 관련한 프랑스 수사 당국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한 혐의 등으로 예비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법상 예비기소란 수사판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리는 준 기소행위에 해당한다.
예비기소된 피의자는 혐의를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한 수사판사의 조사 뒤 본기소 여부를 판단 받는다. 본기소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NYT는 프랑스에서 두로프 건과 같은 복잡한 형사 사건은 처리에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이번 사건이 신속하게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두로프는 500만유로(약 74억 원)의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을 허가받았다. 다만 일주일에 두 번씩 경찰서에 출석하도록 의무가 부과됐다. 프랑스 당국은 두로프에 대해 출국 금지 명령도 내렸다.
파리 검찰청 로르 베쿠아 검사는 텔레그램이 다양한 형사 사건에 사용되어 왔으며, “사법부의 요청에 대한 텔레그램의 거의 전적인 무반응”이 결국 파리 검찰청 사이버 범죄 부서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고 말했다. 베쿠아 검사는 텔레그램의 규정 준수 부족에 대해 “다른 프랑스 수사기관과 검찰청, 유로저스트 내 다양한 파트너, 특히 벨기에의 파트너들도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면서 텔레그램 경영진의 잠재적 형사 책임에 대해 프랑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건 올 2월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텔레그램의 응답이 없자 지난 3월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두로프는 지난 24일 저녁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 전용기를 타고 내렸다가 프랑스 수사 당국에 체포돼 이날까지 조사받았다.
베쿠아 검사는 두로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두로프에 대한 예비기소는 소셜미디어(SNS) CEO가 해당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요구받을 수 있단 점을 의미해 파장이 주목된다. NYT는 “사법 당국이 주요 메시징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행동에 대해 최고 기술 경영진에게 개인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드문 일”이라면서 이번 수사로 “온라인 발언에서 기술 기업의 역할과 책임의 한계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저널(WSJ)은 “이날 결정은 두로프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해한 콘텐츠를 제한하고 당국과 협력하도록 요구하는 프랑스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더 깊이 조사할 만큼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두로프 형제가 창업한 텔레그램은 철저한 암호화·익명화로 비밀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앞세워 세계적인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검열이 만연한 일부 지역에서 뉴스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며 ‘언론 자유’의 보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마약 및 해킹 소프트웨어 성 착취물 유포와 테러 조직 등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한편 두로프는 아들 학대 의혹으로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고 사건을 잘 아는 소식통이 AFP 통신에 전했다. 이 소식통은 두로프가 2017년 태어난 아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며 지난해 두로프의 아내가 고발했다고 전했다. 두로프의 아내는 스위스에 살고 있으나 해당 사건은 파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