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내부 반대에도 가자 부두 강행”
미 국제개발처 감찰 보고서
유엔식량계획과 약속도 어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구호 확대를 목표로 미국이 추진했던 임시 부두 건설 프로젝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집이 만들어낸 실패작이라고 AP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미 국제개발처(USAID) 감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개발처 관계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가자지구에 인도적 물자 반입을 위한 임시 부두 건설 명령을 내렸다.
국제개발처 관계자들은 임시 부두 건설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구호품 반입에 더 효율적인 육상 검문소를 추가로 열도록 이스라엘을 설득하는 노력도 약화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장기간 전쟁으로 가자 북부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연초 국정연설을 통해 야심차게 임시 부두 건설과 바닷길을 통한 구호품 반입 계획을 밝혔다.
90일간 150만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먹을 식량을 바닷길을 통해 공급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무려 2억3천만달러(약 3077억원) 규모의 합동 해안양륙 군수지원(JLOTS)의 결과물인 부두는 불과 20일밖에 사용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바닷길과 임시 부두를 통해 실제 공급된 음식은 45만명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양에 불과했다.
해변에 있는 임시 부두는 하마스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큰 데다 악천후로 부두 시설 자체가 파손되기 일쑤였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달 11일 임시부두 운영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미국이 유엔 식량 계획(WFP)과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WFP가 정한 조건에 동의했는데, 여기에는 부두가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북부 가자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과 UN 회원국이 부두에 대한 보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포함됐다. 이 조치는 가자에서 전쟁을 벌이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WFP의 중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감시 보고서는 말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부두를 가자 북부가 아닌 중심부에 두었다. 또 안전을 제공 임무를 수행할 중립국을 찾지 못하자 결국 이스라엘 군대가 보안을 제공했다.
결국 이스라엘군 작전팀이 인근 지역을 구출된 인질을 데려가기 위한 집결지로 활용하고, 이에 따라 구호 직원들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세계식량계획(WFP)은 결국 부두 이용을 포기했다.
다만 미 국가안보위원회의 숀 사벳 대변인은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절박한 상황에서 미국은 더 많은 구호품을 반입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했고, 임시 부두는 중요한 시점에 우리의 목표를 진전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