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CD금리’…KOFR 정착할까
한은·금융당국, 활성화 나서
“실거래 반영 금리 산정해야”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와 시장금리는 동행하면서도 충돌하다. 금리를 조정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파급을 미쳐 물가와 금융안정, 거시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중앙은행의 의도와 시장 참가자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최대한 시장금리를 기준금리 언저리에서 움직이게 하려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한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오랜기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각종 금융거래의 지표금리로 활용해 온 CD금리를 대체하기 위한 대책에 나섰다.
한은과 자본시장연구원은 28일 ‘국내 KOFR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및 향후 추진방향’을 주제로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개회사에서 “주요국과 달리 우리는 무위험지표금리 전환 속도가 매우 더뎌 시장참가자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시장참가자들이 지표금리 전환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도 환영사에서 “지난해 6월 미국 달러화 리보(LIBOR) 산출이 중단되면서 40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해온 지표금리가 사라졌다”며 “우리도 새 지표금리인 KOFR이 다양한 금융거래의 준거금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과 당국이 한국형 무위험지표금리(KOFR)의 확산과 정착에 주력하는 데는 기존 CD금리의 문제가 많다는 인식 때문이다. CD 금리는 발행되지 않는 날도 있는 등 은행이 금리를 정할 때 자의적으로 반영할 여지가 있다. 이러다보니 시장의 자금 수급에 따른 적정 균형이자율이 아닌 일부 시장참가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낮거나 높게 형성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2012년 영국 런던시장의 은행간 이자율인 리보(LIBOR)의 금리를 조작하는 사태가 발생해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사태 이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포스트 LIBOR 금리’의 대안으로 무위험지표금리(RFR) 개발과 적용의 확대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달러화 LIBOR 금리 산출이 중단되는 등 각국별로 다양한 지표금리가 정착되고 있다.
공대희 한은 공개시장부장은 “CD 금리는 기준금리가 오르거나 금융불안이 커질 때는 급격하게 상승하지만, 기준금리가 내릴 때는 거의 하락하지 않는다”면서 “CD 금리를 기준으로 각종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 소비자는 이 금리의 하방 경직성으로 이자부담이 필요 이상으로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KOFR은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을 담보로 하는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사용해 산출한 무위험지표금리다. 실제 거래를 기반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조작의 가능성이 낮고,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따라서 KOFR을 지표금리로 활용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는 이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각종 대출과 변동금리부채권 등 금융상품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은과 금융당국은 앞으로 KOFR 등 변동금리를 정기적으로 고금리와 교환하는 파생상품 거래방식인 OIS(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 시장을 조성하고, 일정 비율 이상 거래가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KOFR을 기반으로 선물과 채권 등을 발행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일정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