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안한 부모, 자녀재산 상속 못받는다
‘구하라법’ 국회 본회의 통과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도 처리
앞으로 자녀를 부양하지 않는 부모는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된다.
29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상속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사망한 자녀 등)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등 상속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법정 상속인(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19년 사망한 가수 구하라씨의 오빠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가려 한다”며 입법을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구하라법은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피상속인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를 한 경우, 심하게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유언이 없었던 경우에는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부양의무 위반 등 행위를 한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경우 상속권 상실 선고 확정에 의해 상속인이 될 사람(후순위 상속인)이 청구할 수 있다.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헌법재판소가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난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구하라씨의 오빠인 호인씨는 “동생 이름이 들어간 ‘구하라법’이 앞으로 발생될 피해자들을 많이 구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개정안 통과로 부양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유족들이 상속재산을 온전히 물려받아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상속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범죄피해구조금을 분할해 지급하고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현행법에서는 미성년자 등 구조금 관리능력이 부족할 수 있는 피해자에게도 구조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해왔지만, 개정안에는 피해자의 연령 장애 질병 등을 고려해 구조금을 분할해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또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시 보유재산을 조회해 신속히 추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우리 국민의 배우자나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를 양육 중인 체류자격이 있는 외국인도 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 대상자를 확대했다.
이밖에 모바일 등기신청 시스템을 도입하고 법인의 지점·분사무소 등기부를 폐지해 본점·주사무소 소재지에서 등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민법 등 4개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등기신청시 필요한 행정정보가 관공서에서 등기소로 직접 제공돼 관할 등기소를 방문할 필요없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등기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존에는 법인이 지점·분사무소 등기를 별도로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본점·주사무소 소재지에서 지점·분사무소 등기도 할 수 있게 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