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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골든타임 놓치지 않길

2024-08-30 13:00:06 게재

2030세대는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를 장래 연금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부가 독박 쓴다고 생각하는 청년세대의 불만과 불신을 줄이고 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지속가능성’ ‘세대간 공정성’ ‘노후소득 보장’ 등 연금개혁의 3대 원칙을 제시하며 개혁방향을 발표했다.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차등화하고, 자동 재정안정장치를 도입하며, 국가 지급보장을 법에 명문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 외 기초연금을 현행 월 33만원에서 단계적으로 40만원까지 인상하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출산·군복무 크레딧 확대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연금개혁안은 곧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세대간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세대별 보험료 인상속도를 달리하겠다고 했다. 연령과 관계없이 보험료율을 일괄 적용하는 현행 방식에서 나이 든 세대일수록 상당기간 보험료를 더 내는 차등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험료율을 13~15%로 인상하기로 하면 중장년층은 매년 1%p씩 인상하고, 청년층은 매년 0.5%p씩 인상해 목표 도달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은 중장년층의 반발 또한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세대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40~50대 중장년층에서도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나 자영업자 등의 보험료 부담이 커진다. 자녀양육이나 노후 준비 지출이 가장 큰 시기에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근로자에게 사회보험료를 지원해 주고 있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대상 확대 등 저소득 계층에 대한 보완책을 반드시 병행해서 검토해야 한다.

보장성 강화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아울러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자동 재정안정장치’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자동 안정장치는 연금 가입자수, 기대수명 등 인구구조와 경제상황 등에 따라 보험료율(보험료 납부액)이나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금고갈이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납부액을 올리고 지급액을 줄일 수 있다.

스웨덴 일본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당수 국가들이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스웨덴은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연도별 연금지급액이 축소되고, 연금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균형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급액이 줄어드는 방식을 채택했다. 일본은 2004년 인구구조 변화(기대수명 증가와 출산율 감소)에 연동해 연금액을 삭감하는 장치를 도입했다. 독일도 전체 경제활동인구 및 연금수급자 규모의 변화를 바탕으로 급여수준과 보험료율을 자동 조정한다.

장래 우리나라도 자동 재정안정장치 도입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스웨덴 등은 이미 공적연금이 어느 정도 성숙된 상태에서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아직 연금제도의 역사가 짧아 65세 이상 월평균 연금액이 60만원이 안되고(2022년 평균 41만원), 노인빈곤율이 40%(OECD 1위)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연금 수급액을 깎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물론 이번 개혁안에는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체계 전반을 검토할 것이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인 보장성 강화 방안이 함께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정치일정 고려하면 지금이 연금개혁 적기

이번에 정부가 국민연금 구조개혁안을 들고 나왔지만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21대 국회 임기 종료 즈음에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에 의견을 모았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되 소득대체율을 43% 또는 45%로 상향하자고 했다.

지난 국회에서 어느 정도 합의됐으니 이를 기준으로 우선 모수개혁부터 추진하고 추가로 구조개혁 논의를 충분히 하면서 보완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수 있다.

연금개혁,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선거를 고려하면 지금이 적기다. 여야는 정략적 접근에서 벗어나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이번에는 반드시 국민연금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안정 의견을 적절히 반영해 합의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 모쪼록 협치를 기대한다.

최성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전 식약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