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기후대응댐 건설이 가능하려면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대응댐’ 때문에 전국 곳곳이 시끄럽다. 충남 청양에선 주민설명회가 무산됐고 충북 단양에선 대규모 집회가 열릴 참이다. 강원 양구도 군수까지 나서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번 마찰은 정부가 지난달 30일 ‘기후대응댐’ 후보지(안)로 14곳을 발표하며 시작됐다. “극한 가뭄과 홍수 등 최근 기후위기를 감안할 때 댐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여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정부 발표 이후 강원 양구, 충북 단양, 충남 청양 등 지자체는 거세게 반발해왔다.
이들 지자체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이들 지자체 주민들은 사전에 정부와 이렇다 할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14곳 가운데 9곳은 해당 지역에서 댐 건설을 건의한 경우다. 나머지 5곳 주민들은 정부의 발표 이후에 댐 건설 추진을 알게 됐다.
두번째는 이들 지역의 인구규모다. 강원 양구군은 7월 현재 주민등록상 인구가 2만846명이다. 강원 18개 시·군 가운데 가장 적다. 충북 단양군은 2만7530명으로 충북 10개 시·군 가운데, 충남 청양군은 2만9809명으로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가장 적다. 모두 3만명 이하의 지방소멸위기 지자체다. 이 같은 결과는 과연 우연일까.
물론 댐을 건설하기 유리한 지형이다보니 인구가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만하니까 우리 지역에 댐을 지으려고 한다”고 본다.
세번째는 이들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필요가 아니라 다른 지역을 위해 댐을 건설한다고 본다. 강원 양구와 충북 단양 주민들은 이번 댐 건설은 수도권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환경부가 발표한 양구 수입천댐 설명에 따르면 하루 70만명에게 먹는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소개돼 있다. 충남 청양 지천댐 역시 하루 38만명에게 먹는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반대논리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물이 필요한데 만만한 지방소멸 지자체를 희생양 삼아 해결하려 한다”로 이어진다.
물론 정부 등도 이 같은 주민들의 주장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대로 간다면 지방소멸이 불가피한 만큼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한다. 환경부는 “댐이 지역주민의 삶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지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설득에도 주민들의 반발은 꺾이지 않는다. 그동안의 경험 때문이다. “댐이 건설된 지자체 가운데 발전한 곳은 없다”는 말이 오히려 더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다.
정부가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은 오직 하나다. 실제 댐을 건설했더니 지자체가 살아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 정도 계획과 지원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맞다.
윤여운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