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세대별 차등화·자동안정장치’, 거센 비판
윤 대통령 제안, 전문가 “원칙·성숙도에 안 맞아”
국회 공론화위원회선 숙고 끝에 검토대상서 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세대별 차등화와 자동안정장치 도입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과 야당의 비판이 매우 거세다. 세대별 차등화는 세대간에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데다 사회보험의 ‘균등’ 원칙에 어긋나는 행태라는 점, 자동안정장치는 성숙되지 않은 우리나라 연금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연금 수령액 감소를 유도한다는 점 등이 주로 지적됐다.
30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제출한 연금공론화 백서에 따르면 연금보험료율 인상을 주장하는 재정안정론과 소득대체율 인상에 관심을 두는 소득보장론 전문가들은 세대별 차등화와 자동안전장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세대별 차등화와 관련해 소득보장론 전문가들은 “보험료를 차등 부과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소수이고 프랑스와 같이 차등하더라도 소득수준별로 차등한다”며 사실상 세계적으로 ‘세대 차등화’는 거의 채택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사회보험료는 단일률로 부과하는데 실제 납부하는 금액의 개인 사정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또다시 개인별로 혹은 가입자 유형별로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것은 제도를 너무 복잡하게 할 우려가 있다”면서 “개인별, 유형별 차등은 좀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정안정론 전문가들 역시 “사회보험제도인 국민연금 제도에서는 전체 가입자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회보험 원리상 보험료율은 개인별로 차등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전국민이 가입대상인 국민연금은 강제저축제도의 측면도 있지만 가족별로 이뤄지고 있는 부모부양을 사회 제도화한 측면도 있다”며 “국민연금에 한정해 특정 세대의 유불리를 따지기 이전에, 국민연금의 성숙기간 동안 가족별 세대별 사적부양 부담의 정도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는 윤석열정부 초창기인 2022년 8월부터 운영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제출했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화’에 부정적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정부는 재정계산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청년세대는 세대간 부담의 형평성을 요구하고 보험료율 인상시 연령별로 단계적 인상 필요성을 제안했다”며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론화위원회 의제 숙의단에서는 정부 종합운영 계획안에 들어있었던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과 함께 자동안정장치 도입에 대해서도 최종 의제로 선정하지 않았다. 숙의단은 “연금 제도 개혁 이후 재정추계시 전제한 평균수명 출생률 등 가정조건의 변화로 연금재정이 불안하게 되었을 때 보험료율 및 급여 수준을 이와 연계해 조정하도록 해 재정수지 균형화 조치가 자동으로 이뤄지게 한다”는 자동안정장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숙고 끝에 검토대상에서 뺀 것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공론화센터장은 통화에서 “많은 의제들을 추리는 과정에서 자동안정장치 도입 부분은 빠졌다”고 설명했다. 김상균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장은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동안정장치와 세대별 차등화, 이 두 가지 대안에 대해 다수가 긍정적이지 않았다”며 “자동안정장치는 가장 중요한 게 연금제도가 성숙이 됐느냐인데 현재 우리나라 연금이 성숙됐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판단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갈렸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아직 우리나라 연금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봤다는 해석이다. 연금개혁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