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9월부터 무역거래에 가상자산 결제 허용

2024-08-30 13:00:36 게재

미국 금융제재 우회로 찾기 일환

중국과 물물교환 방식 거래 추진

러시아가 다음달부터 자국 기업의 대외무역결제 수단으로 가상자산 사용을 허용한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경제 및 금융제재를 지속하는 가운데, 대외무역 결제의 우회 통로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달 가상자산 이용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률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9월 1일부터 가상자산으로 무역결제가 가능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중앙은행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는 연말까지 실제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무역결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11월부터 가상자산의 채굴도 합법화한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9회 중-러 정례 내각회의’에서 중국 리창 총리(왼쪽)와 러시아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주도해 이미 채굴된 가상자산을 매매하는 거래소를 설치하기 위해 올해 가을 관련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통화(CBDC)의 거래 환경을 만드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내년 7월부터 CBDC인 디지털 루블의 본격적인 유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보다 많은 경제 및 산업분야에서 디지털 통화로 이행하도록 정부와 중앙은행이 협력할 것을 주문했다.

지금까지 가상자산이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극적 입장이었던 러시아 정부가 이처럼 적극 돌아선 데는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전략물자 조달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3국 은행의 제재를 확대하는 등 러시아를 달러체제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튀르키예, 중앙아시아 각국 등 우호적인 나라의 은행도 러시아와 거래 결재를 거부하는 흐름이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결제가 어려워지면서 러시아 무역거래에도 심각한 장애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올해 상반기 수입 총액은 1380억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9% 이상 감소했다.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반기 기준으로 4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튀르키예로부터 수입도 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 확대를 모색하는 것과 함께 물물교환 방식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부총리는 지난달 에너지 거래 등에서 물물교환을 활용할 방침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가을쯤 러시아 농산물과 중국산 전자제품 거래가 물물교환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는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리창 중국 총리와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간 회담을 통해 무역결제의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관 등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제재 회피 시도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러시아의 디지털 자산 활용에 대해 “단기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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