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K-콘텐츠
“가장 중요한 것은 독창성 있는 이야기”
2024년 국제방송영상마켓 프랑스 국가관 참여 … 티빙 ‘괴이’·K-팝 다큐멘터리 인기 높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코엑스가 공동주관하는 ‘2024 국제방송영상마켓’(BroadCast WorldWide, BCWW)에는 역대 최초로 프랑스가 국가관으로 참가했다. 프랑스 최대 미디어그룹 미디어완 등 영상미디어 5개 기관과 방송영상 총괄기관인 국립영화영상센터(CNC) 유니프랑스가 참가해 국내 미디어 기업과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28일 열린 콘퍼런스의 글로벌 세션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콘텐츠 분야 비즈니스 협력에 대해 밝혔다.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다 봤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오후 5시쯤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정장 입은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휴대폰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프랑스 시청자들에게 ‘어떤 K-콘텐츠를 보여줘야 하는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소니아 라투이 미디어완 테마틱스 콘텐츠 책임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 글로벌 세션 ‘K-콘텐츠 프랑스의 OTT 플랫폼을 공략하라: 프랑스에 스며드는 K-콘텐츠, K-컬처’ 및 세션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미디어완은 유럽 최대 미디어그룹으로 20개 이상의 채널을 갖고 있으며 10개국에 진출해 있다. 이중 미디어완 테마틱스는 TV 및 디지털 서비스 전문 계열사다.
◆포맷·공동제작에도 관심 = 미디어완은 2023년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를 공포 스릴러 특화 채널 ‘인섬니아’를 통해 유럽에 공개했다. 이어 2월 하이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BTS와 세븐틴을 다룬 K-팝 다큐멘터리를 다큐멘터리 특화 채널 ‘익스플로러’를 통해 유럽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 미디어완을 통해 유럽에 진출한 드라마 ‘괴이’와 K-팝 다큐멘터리는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는 “공포 스릴러 특화 채널에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다”면서 “해당 채널은 영화 채널로 드라마는 제공한 적이 없었는데 ‘괴이’를 제공하기 위해 ‘시리즈’라는 범주를 처음 만들 정도로 특별했다”고 말했다. 이어 “‘괴이’가 2022년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선정작이라는 점, CJ E&M 계열사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믿을 수 있었다”면서 “서양 콘텐츠와 확실히 다른, 한국적인 독창성 덕분에 큰 성공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이브와의 파트너십 및 K-팝 다큐멘터리 수입에 대해서는 “프랑스에서 BTS와 세븐틴의 공연이 5분 만에 매진이 되는 것을 보면서 BTS에 열광하는 관객들을 파고들자고 생각했다”면서 “하이브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이는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2월에 3개 콘텐츠를 출시했고 1달 정도 해당 채널에서 상위 3개 콘텐츠를 유지했으며 6월에 2차 출시 때도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완은 다른 K-콘텐츠 및 포맷 수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음식 전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작할 예정인데 ‘아시아’ 범주 아래 ‘한국음식’(K-푸드) 범주를 신설할 예정이다”면서 “여러 국가의 궁중요리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인데 그 중 하나로 한국의 궁중요리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액션 영화에도 관심이 있다”면서 “포맷도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에서 유명한 ‘복면가왕’ 등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수입하는 것에도 긍정적”이라 덧붙였다.
소니아 라투이 부사장은 공동제작에 대한 관심도 밝혔다. 그는 “공동제작에도 관심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독창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과 프랑스의 요소들을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이야기에 한국과 프랑스가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벤자민 르프티 고몽TV 유통부문 대표는 “일부 장르는 한국이 정말 잘 한다”면서 “유럽 미디어들은 한국 미디어들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자국 콘텐츠 보호·창작자 지원 중요 = 이날 세션 및 인터뷰에서는 넷플릭스 등 미국의 주요 OTT 기업에 대응하는 프랑스의 정책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넷플릭스의 적극적인 진출로 제작비가 크게 상승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자국 미디어 산업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 1960년대부터 자국의 콘텐츠 기업을 진흥하고 보호하기 위해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다. 소니아 라투이 부사장은 “한 채널에서는 프랑스 콘텐츠를 일정 비율 이상 방영해야 하며 외국 기업이 프랑스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을 낸다면 프랑스 콘텐츠에도 일정 비율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미국 주요 OTT 기업들은 이같은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막강한 미국 OTT 기업이 다른 나라에 진출해 수익을 얻는 것에서 끝나면 해당 나라에는 너무나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프랑스에 온다면 프랑스 시장을 존중하고 프랑스 법에 따르는 것이 공정하다고 본다”면서 “이같은 프랑스의 정책은 프랑스 내에서의 콘텐츠 제작 및 배급은 물론 프랑스 미디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콘텐츠 산업 내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자국의 창작자들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데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니아 라투이 부사장은 “한국의 경우 웹툰을 기반으로 굉장한 지적재산권(IP)들이 탄생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명석한 두뇌들을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 업계는 물론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3개 국가, 277개 기업 부스 참여 = 2024년 BCWW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BCWW, 글로벌 무대의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총 13개국 277개 기업이 부스에 참여했다. 국내외 34개국 1022명의 구매자들이 방문해 국내 콘텐츠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했다. 인공지능(AI) 등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가 진행됐으며 콘진원 제작지원 사업 작품을 선보이는 ‘BCWW 온에어(On Air)’도 처음 진행됐다.
국내 주요 미디어 기업으로 KBS 미디어, 문화방송, CJ E&M은 물론, 쿠팡플레이와 롯데컬처웍스 하이브 등이 부스를 차려 참가했다. 일본 NHK와 후지텔레비전, 중국 아이치이, 요오쿠, 텐센트 비디오 등도 참여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