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사망에 이스라엘 반정부시위 격화

2024-09-02 13:00:07 게재

수십만명 주말 도심 시위로 휴전 압박 …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분노 직접 표출

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수십만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 인질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휴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무산시켰다고 맹비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슬픔과 분노에 찬 수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주말 도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전쟁으로 정치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A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인질 사망이 알려진 주말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벌어진 이스라엘의 대규모 시위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AP 통신은 이번 주말 시위가 지난 11개월간의 전쟁 가운데 가장 큰 시위로 보였으며, 이스라엘이 깊이 분열돼 있음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스라엘 최대 노조인 히스타드루트(Histadrut)가 월요일에 총파업을 선언하며 정부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쟁을 시작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은행업, 의료 서비스 및 국가의 주요 공항을 포함한 주요 경제 부문을 마비시키거나 방해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은 지난 몇 달 동안 휴전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많은 사람들은 네타냐후가 협상 타결에 실패한 것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에 사망한 6명의 인질 중 3명은 이스라엘-미국인으로, 7월에 논의된 휴전 제안의 첫 번째 단계에서 석방될 예정이었다고 전해지면서 더 큰 분노와 좌절을 불러일으켰다고 소개했다.

예루살렘 네타냐후 사무실 근처에 몰려든 수천명의 시위 행렬에 동참했던 다나 루탈리는 AP통신에 “그들이 구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면서 “때로는 너무 끔찍한 일이 사람들을 일깨우고 거리로 나서게 한다”고 말했다.

텔아비브 주민인 슐로밋 하코헨은 “우리는 정부가 인질들의 생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보존을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그들에게 ‘멈춰!’라고 말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앞서 이스라엘 군 당국은 6명의 인질이 이스라엘 군대가 도착하기 직전에 살해되었다고 발표했고, 네타냐후는 “인질을 살해하는 자는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며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하마스 탓으로 돌렸다.

AP통신은 네타냐후는 하마스가 파괴될 때까지 싸움을 계속할 것을 다짐했지만 비평가들은 총리가 인질들보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쟁이 끝나면 10월 7일 공격에서 정부의 실패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고, 정부가 붕괴되고 조기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시위에서 보여준 대중의 분노가 네타냐후에 대한 새로운 정치적 압력을 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주말 대규모 시위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가족들과 지지자들이 6개의 상징적 관을 들고 시내를 행진하며 주요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이스라엘 군 본부 앞에 모였다고 전했다. 또 예루살렘에서는 이스라엘 경찰이 물대포와 악취 나는 군중 통제 무기를 사용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고 덧붙였다.

NYT는 많은 인질 가족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협상을 방해했다고 비난해 왔다고 전했다. 그들은 예루살렘의 네타냐후 사무실 앞에서 시위하거나 국회 회의에 난입하는 등 점점 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며 그를 압박하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또 인질 가족들은 공개 행동을 촉구하며 네타냐후에게 직접 분노를 표출했다고 강조했다.

가자에서 억류 중인 아들 사귀를 둔 조나단 데켈-첸은 인터뷰에서 “(네타냐후가) 협상을 완료하지 않음으로써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면서 “이 정부가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말 시위대가 수만이 아닌 수십만명에 이르며,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이 월요일 총파업을 선언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특히 이번에 돌아온 시신 중에는 23세 이스라엘-미국인 허쉬 골드버그-폴린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의 부모는 인질 가족 운동의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물로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했다.

“우리의 유일한 아들과 모든 소중한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도주의적인 문제입니다.”라고 허쉬의 아버지 존 폴린이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허쉬 골드버그-폴린의 사망 소식에 “황폐하고 분노했다”면서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 범죄에 대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도 성명에서 하마스의 잔학 행위를 비난하며, 골드버그-폴린의 죽음을 “끔찍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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