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정당, 튀링겐주 선거 1위 유력
승리땐 2차대전후 첫 사례
작센주에서는 2위 전망
‘반이민’을 내세운 독일의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1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동부지역 주의회 선거에서 한 곳은 제 1당에 오르고, 인접한 다른 곳에서는 주류 보수당에 근접한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AP·로이터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공영방송 ARD가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선 AfD가 1위를 차지하고 연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자유민주당(FDP)은 모두 한자리수 득표율로 참패할 것으로 전망됐다.
AfD의 예상 득표율은 30.5%로, 24.5%에 그친 중도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U)을 크게 앞질렀고, 급진좌파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16.0%로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신호등 연정 참여 정당 가운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SPD는 7.0%, 녹색당 4.0%, FDP 1.3%로 예상됐다.
AfD는 이날 함께 치러진 이웃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30.0%를 얻어 2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ARD는 1990년부터 주를 운영해 온 CDU가 득표율 31.5%로 가까스로 1위를 지키고, BSW가 12.0%로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만약 이같은 출구조사 결과가 공식 집계로 확인된다면, 이는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지역선거서 승리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옛 동독 지역인 튀링겐과 작센은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반이민 정서가 강해 진보 성향이 짙은 신호등 연정 지지율이 낮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AfD가 득세하고 있다. 튀링겐 AfD 대표인 비외른 회케는 신나치를 연상시키는 선동적 언사를 보여 독일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9년에는 AfD가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23.4%, 작센에서 27.5%를 기록해 각각 2위에 올랐다.
AfD가 신호등 연정에 대한 불만과 극우 바람을 타고 약진했지만 튀링겐과 작센 모두 주정부에는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 기성 정치권을 대표하는 SPD와 CDU를 비롯한 대부분 정당은 AfD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헌법수호청은 튀링겐·작센 지역 AfD를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튀링겐에서 CDU를 중심으로 BSW와 SPD 등 3개 정당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작센 역시 미하엘 크레치머 현 주총리가 이끄는 CDU가 차기 정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지역에서 모두 3위로 예상된 신생 정당 BSW가 연정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BSW는 AfD와 개별 입법은 협력할 수 있다며 협력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좌파 포퓰리즘 성향의 BSW는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러시아와 관계 회복, 포용적 이민정책 전환 등을 주장해 핵심 이슈에서 AfD와 입장을 공유한다. 이 정당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 철회를 연정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신호등 연정 참여 정당들은 5년 전 선거보다 저조한 득표율로 등 돌린 민심을 재확인하게 됐다.
오는 22일에는 내년 9월 연방의회 총선 이전 마지막 주요 선거이자 숄츠 총리의 지역구 포츠담이 있는 지역 선거인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AfD는 브란덴부르크에서도 CDU를 따돌리고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