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플라스틱’, 인간 뇌에 쌓이고 기후위기 심화

2024-09-02 13:00:33 게재

폐 등 발견, 지나친 공포 금물

제어 가능하도록 관리는 필수

사망한 인간의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등 공포가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현대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소재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발명품이다. 가볍고 쉽게 썩지 않고 찢어지지 않는 특성은 인류에게 여러 혜택을 선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물성이 도리어 독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의 경우 온실가스를 뿜어내 지구 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이 만든 편리함이 부메랑이 되어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2일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내에서 발견되는 사례 등이 늘어나고 질병 발생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새롭게 나오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각 부처와 연구기관 등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해 고령사회 만성질환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4월 22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 장면.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손상은 아냐” = 5월 6일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열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으로 평가한 사망한 인간 뇌의 미세플라스틱 생물축적’ 논문이 올라왔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은 미국국립보건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뤄진 연구의 사전 인쇄본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한다. 사전 인쇄본은 심사를 거치지 않고 저널에 게재되지 않은 연구다.

이 논문에 따르면, 체내에 미세 혹은 나노플라스틱이 들어왔을 때 간이나 신장보다 뇌에 쌓이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폴리에틸렌 미세 혹은 나노 입자들에게 노출 됐을 때 이러한 경향이 강했다. 이는 2016~2024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의학 조사관실에서 부검 샘플들로 12가지 중합체의 열분해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 등을 사용해 밝혀낸 결과다.

인간 체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3월 국제 학술지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린 ‘인체 조직 내 미세플라스틱 축적과 잠재적 건강 위험’ 논문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축적량이 가장 높은 곳은 폐 조직이었다. 이외에도 최근 몇 년 동안 정액 대장 태반 대변 가래 혈류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들이 잇달았다.

하지만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이들 연구 결과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조직의 손상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뉴저지 주 피스캐터웨이에 있는 럿거스 대학교의 약리학 및 독성학과 조교수인 피비 스테이플턴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열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으로 평가한, 사망한 인간 뇌의 미세플라스틱 생물축적 연구는 단지 노출만을 보여줄 뿐 뇌 손상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며 “이 입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뇌에 들어가고 나가는 유체인지, 아니면 신경 조직에 모여 질병을 촉진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입자가 세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독성학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연구자에 따라 크기와 범주가 일정하지 않게 제시된다. 국제적으로도 합의된 명칭도 아직 없는 상태다.

◆엇갈리는 연구결과, 실험실 조건에 대한 논쟁도 = 사실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앞서서 이뤄져 왔다. 2008년 미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실린 ‘미세플라스틱이 홍합의 순환계로 이동한다’에 따르면, 홍합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했을 경우 해당 입자는 3일 이내에 장에서 순환계로 움직였다. 또한 순환계로 이동한 미세플라스틱은 48일 이상 체내에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플라스틱이 더 작은 입자로 파편화됨에 따라 유기체의 조직에 축적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010년 미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또다른 학술지 ‘물리 화학 저널(The 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C)’에 실린 논문 ‘전하를 띤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물리적 흡착이 조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다’에 따르면, 조류 세포 표면에 엉겨 붙은 플라스틱 나노 입자는 광흡수를 방해해 광합성을 저해하고 체내 독성물질인 활성산소종을 생성했다. 게다가 이러한 반응은 수생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 전반에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린 논문 ‘인공 장액으로 측정한 탈착률을 이용해 어류의 미세플라스틱 결합 소수성 유기화학물질 섭취량 추정’에 따르면, 물고기의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늘어날수록 유기오염물질(HeCB)의 생물축적계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이러한 생물축적이 덜 되는 희석효과는 체내에서 대사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 특성 때문이다. 소수성 유기 화학물질은 기름에 잘 녹는 유기화합물로 상당수의 오염물질들이 이에 속한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대중 사이에 지나치게 공포감을 형성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실험실 수준에서 나온 연구 결과가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환경 중 미세플라스틱 양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고 작은 입자일수록 생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다른 환경적 요소도 함께 봐서 종합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온난화 등 연쇄적으로 영향 미쳐 = 그렇다고 인체에 유해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적어도 플라스틱이 생산-소비-재활용 등이 되는 과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건 기본이다.

게다가 플라스틱은 온실가스 감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종합 환경 과학’에 실린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이 전지구적 기후변화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화석연료에서 파생된 플라스틱 관련 제품들은 다양한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뿜어내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에 실패해 강이나 해안 혹은 자연환경에 방치되면 대기 중 온실가스 비율은 더 높아진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상 유전적 변이가 낮은 다양한 유기체가 있는, 취약한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연쇄적으로 기후변화에도 취약해진다.

게다가 국제환경법센터의 보고서 ‘플라스틱과 기후: 플라스틱 행성의 숨겨진 비용’에 따르면, 2050년까지 플라스틱 대량 생산으로 지구 총 탄소예산 중 최대 13%를 사용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석탄화력발전소 615기에서 뿜어내는 양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하다. 탄소예산은 간단히 설명하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특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대기 중에 추가로 배출할 수 있는 탄소 허용량이다.

김아영 김규철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