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의회 불신 최고조
국회 개원식 불참 ‘민주화 이후 최초’
여야대화 성과 낼수록 고립심화 우려
문 전 대통령 겨냥 수사 향방도 촉각
윤석열 대통령이 여야 모두에 대해 불신을 숨기지 않으며 국회와 거리를 두고 있다. 정국의 구도가 ‘여 대 야’가 아닌 ‘대통령실 대 의회’로 굳어가는 모습이다.
9월부터가 이른바 ‘국회의 시간’이라는 점, 윤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용산의 고립은 유익할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일 열리는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실이 1일 전했다.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들어선 제6공화국 체제에서, 이른바 민주화 이후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사실 개원식은 지난 7월 5일 예정됐으나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강행처리에 항의한 국민의힘의 불참선언으로 파행이 예상되자 연기된 바 있다.
국회의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게 대통령실이 밝힌 ‘불참사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향해 ‘살인자’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고 있는 게 국회의 현재 상황”이라며 “특검·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시키고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을 불러다가 피켓 시위하고 망신주기를 하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참석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열렸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에 대해서도 의례적 수준의 환영메시지를 냈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여야 대표 회담을 환영한다”며 “대통령도 누차 밝혔듯이, 이번 대표회담이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기 국회가 양당대표가 국민 앞에 약속한 민생정치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에 대한 민생 패스트트랙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윤 대통령은 여야 모두와 불편함만 쌓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한때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듯 했으나 전현희 의원의 ‘살인자’ 발언을 비롯해 야권의 ‘계엄령 준비 의혹’ 등에 불쾌감을 표하며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완벽한 독재 국가”라고 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계엄령 선포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치 공세”라며 “있지도 않고, 정부가 하지도 않을 계엄령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과도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만찬을 취소하고 29일 당 연찬회에는 참모들만 보냈다.
여야의 대화가 국회에서 성과로 이어질수록 용산은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수영 디아이덴티티 소장은 “여야는 싸우면서도 대화의 물꼬를 열어가는데 용산은 오히려 고립을 자초하는 모습”이라며 “얼마 후면 임기 후반에 접어드는 윤 대통령이 뭐든 개혁성과를 내려면 협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최근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및 가족과 지난 청와대 참모들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것이 여야의 협치를 약화시키고 용산의 고립구도를 완화시켜 윤 대통령의 국정동력을 유지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