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부동산PF 구조조정 이제 시작이다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이 올해 상반기 각각 1조2019억, 380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실적을 합하면 1조원에 가까운 순손실이 발생했다. 이같은 역대급 실적 악화는 부동산PF 부실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자재비·인건비·금리 상승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이 늘면서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에서 받아간 토지담보대출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다 엄격한 PF사업성 평가를 거쳐 옥석가리기를 하면서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은 부실 발생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거 쌓았다. 연체 발생에 따른 손실도 있지만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당기순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다만 PF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등 정리계획안이 오는 6일까지 확정된다. 앞으로는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겨 정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부실사업장 정리를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실제 경공매를 통해 정리된 곳은 거의 없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길 기다리면서 정리를 미뤄온 탓이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PF펀드를 만들어 부실 사업장을 넘기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내용적으로는 경공매를 피해 ‘파킹’ 해놓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계획안을 확정한 이후 내년 2월까지는 경공매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리계획안 확정만으로 안심하기는 이르다. 실제로 얼마나 이행되는지에 따라 구조조정의 성패가 달려있다.
금융회사들이 PF부실을 계속 안고 가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놔두는 것과 같다. 그 자체만으로 금융회사 부도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고객들이 자금을 빼내는 ‘트리거’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융회사들은 당국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재구조화와 경공매를 통해 구조조정이 성공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PF사업장들이 낮은 분양가에 부동산을 공급,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위기감은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제때 시행하지 못해 시장의 불신을 키운 측면이 크다. 7월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DSR 시행을 9월로 미루면서 그 사이에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했다. 시행 연기는 금융당국의 결정이라기보다는 서민대출 축소를 우려한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들린다. 정책의 일관성이 깨진 결과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구조조정 실패로 부동산PF 부실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불신이 커지고 작은 외부 충격에도 금융시장의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