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지갑 얇아도 추석 선물 안 줄인다
대한상의 소비자 1000명 조사 …'예산 비슷하거나 늘릴 예정’ 85.3%, 선물 1위는 ‘과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3일 전국 20세 이상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선물 구매의향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56.2%가 ‘전년도와 비슷한 구매금액을 지출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29.1%는‘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영란법 개정이 추석 선물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긍정적 영향(29.2%)’이 ‘부정적 영향(16.7%)’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고물가,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추석 명절만큼은 기분 좋은 선물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추석 선물은 모든 연령대에서 ‘과일(43.8%)’을 꼽았다. 이어 건강기능식품(32.4%) 정육(30.5%) 가공식품(22.2%) 수산(12.5%) 생활용품(12.1%) 순으로 나타났다.
옥경영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일은 명절 차례상에 자주 오르는 품목으로, 활용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추수 시즌인 가을에 품질이 가장 우수해 매년 인기 있는 추석 선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선호하는 품목은 세대별로 엇갈렸다. 20대(38.7%)와 30대(43.0%)는 과일에 이어‘정육’을 가장 선호한 반면에 40대(36.8%) 50대(36.0%) 60대(33.3%)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두번째로 꼽았다. 또 ‘가공식품’은 40대(26.0%) ‘수산’은 20대(16.0%) ‘생활용품’은 50대(16.4%)에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주류(20.7%)가 20대의 세번째 선호 품목으로 꼽힌 것이 눈길을 끌었다. 30대(6위) 40대~50대(7위) 60대(9위)에서는 낮게 나타났지만, 20대에서는 높아 대비를 이뤘다. 상의는 “최근 위스키와 탄산수 등을 섞은 하이볼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이번 추석을 겨냥해 유통기업들은 3만~5만원대 하이볼 시럽세트부터 고급 전통주, 위스키 등 주류 선물세트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알뜰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추석 선물 구입시 가장 중시하는 기준 역시 가성비인 것으로 조사됐다. 선물세트 선택 기준을 묻는 질문에 모든 세대에서 ‘가성비’(68.2%)를 1위로 꼽았다.
가격대비 품질이나 성능을 중시하는 실속형 소비패턴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대는 51.3%가 ‘가성비’를 중요한 구매기준으로 선택한 반면 50대는 72.8%, 60대 이상은 78.0%로 조사됐다.
가성비에 이은 선물세트 두 번째 선택 기준은 세대별로 다른 소비 가치관을 보였다. 20대와 30대는 고급스러움(44.7%, 40.5%) 40~60대는 받을 사람의 취향(49.6%, 51.2%, 53.3%)과 건강 요소(41.2%, 47.6%, 57.3%)를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꼽았다.
특히 20·3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트렌디함(20.7%, 12.5%) 유명 브랜드(18.0%, 13.5%) 포장(16.0%, 11.0%) 등 선물 외적인 요소를 더욱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선물세트 구매 채널을 묻는 질문에 소비자 58.1%가 대형마트라고 응답했다. 이어 온라인쇼핑(40.8%) 백화점(30.5%) 모바일 선물하기(12.5%) 순이었다. 전통시장은 3.5%가 구매한다고 응답해 비중이 가장 낮았다. 대한상의는 “명절 선물세트는 품질 민감도가 높고 환불이나 교환에 시기적 제약이 있는 만큼 직접 상품을 확인하면서 비교하기 쉬운 대형마트 선호도가 높고, 이러한 수요를 만족하기 어려운 전통시장 선호도가 가장 낮다”고 설명했다.
선물을 주는 대상은 부모가 76%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친구나 이웃 등 가까운 지인 47.6%, 직장동료·상사 18.4%, 자녀·스승 7.7%으로 나타났다.
선물세트 구매수량은 1~2개를 구입하겠다는 응답자가 40.2%로 가장 많았고, 3~4개 36% 5개 이상 구입하겠다는 응답자는 23.8%를 차지했다. 선물세트 1개당 구매액은 5만원 이하 55.4%, 6만~9만원 23.3%, 10만원 이상 21.3%로 조사됐다.
장근무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원장은 “고물가 속 올여름 고온현상으로 농산물 작황도 좋지 않아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시기에 유통업체들도 선물세트 구색을 강화하고, 할인 및 무료배송 혜택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들 명절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이번 추석기간 소비자 이용의향이 낮게 나타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27일 전국 73개 상공회의소에 서한을 보내 전통시장을 통한 물품구입과 온누리상품권 구입·이용을 독려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