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은행 정기검사’ 일정 앞당겨 내달초 착수
부당대출 등 영업점 여신 거래 집중 점검
M&A, 내부통제·자본적정성 등 들여다볼 듯
금융감독원이 당초 내년으로 예정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일정을 앞당겨 내달 초 착수한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으로 현재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내달 다시 정기검사를 받게 됐다. 정기검사는 경영실태평가와 사후적 업무검사, 사전 예방적 점검·지도 등 업무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는 과거 종합검사에 해당한다. 지주계열 시중은행의 정기검사 주기는 2.5년이며,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지난 2021년말 정기검사를 받은 이후 3년 만이다.
금감원은 2일 우리금융·우리은행에 정기검사 실시와 관련한 사전 통지서를 보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 운영리스크 등 리스크관리 전반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정기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은행검사1국이 KB금융·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는 은행검사2국이 맡았다. 통상 대형 금융지주와 계열 시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는 반기에 1곳이 진행되는데, 이번처럼 동시에 두 곳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이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캐피탈, 우리카드 등에서 실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 전반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부당대출과 관련해서는 손 전 회장 친인적 문제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영업점 여신 거래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감원은 은행권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검사 강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했으며 정기검사시 실시하는 경영실태평가에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관련 평가 등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은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에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지배구조는 회사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권한·책임을 어떻게 배분하고 회사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진, 이사회, 주주, 기타 이해관계자간 일련의 관계를 말한다.
부당대출 발생과 이후 자체 검사, 미보고·미공시 등 사태 전반에 대해 은행 지배구조에 주된 책임이 있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우리은행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 등을 집중적으로 검사해서 책임 소재를 가릴 계획이다.
또 우리금융지주가 진행해온 인수합병(M&A) 전반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한 후 지난달 우리종금과 합병시켰고, 우리투자증권을 설립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인수를 결의했고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최종 인수까지는 금융당국의 승인 등이 남아있다.
금감원은 우리투자증권 설립과 보험사 인수 과정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이 같은 대규모 M&A 이후 우리금융의 자본비율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 건전성 부문에 대해서도 검사를 벌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기검사가 이복현 금감원장이 경영진의 책임을 언급한 이후 진행되는 것이어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경영진의 제제와 관련한 질문에 “법상 할 수 있는 권한들을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상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감독당국에 제때 보고가 안 된 것들은 명확하므로 누군가는 책임져야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태승) 전 회장의 매우 가까운 친인척 운영 회사에 대규모 자금 대출이 일어난 것을 내부 의사 결정자들이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임 행장, 신임 회장이 온 후 1~2년이 지났기 때문에 당연히 은행 내부에서도 알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