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력 하자더니…하루 만에 대결정국
민주당, 문 전 대통령 수사 ‘정치 보복’ 탄압으로 대응
계엄령·적폐 이슈 부상 … 정기국회, 민생현안 묻히나
정치권이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문제로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국민의힘은 ‘직접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전 정권 수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차원의 대응’을 지시하고 오는 8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엄령 주장을 겨냥해 ‘근거없는 국기문란’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추석밥상’ 주도권을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 여야 대표회담을 계기로 민생협력을 위한 실질적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야 대결정국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는 8일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8월 전당대회 후 예정했다 코로나19 치료로 미뤘던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대표의 문 전 대통령 예방은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하는 상황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민주당은 당내 검찰 대책기구를 확대해 문 전 대통령 수사에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번 수사가 윤 대통령 취임 후 진행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의 연장이라는 인식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일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23%로 주저앉으니 득달같이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복의 칼날을 겨눴다”면서 “국정실패를 가리려는 국면전환용 정치수사”라고 규정했다. 조 대변인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한 수사를 거론하며 “억지혐의를 만들어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 모욕 주겠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에 대한 기존 수사와 재판에 이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검찰독재정치탄합대책위를 확대 구성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적폐청산 차원의 정당한 수사’라며 맞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의 반발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과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을 위한 선동정치의 연장선이라며 비판했다. 2일 국민의힘 최고위에서는 문재인정부 적폐청산을 들며 “여당일 때는 적폐 청산, 야당일 때는 정치 보복이라는 민주당의 내로남불에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관련 수사의 확대를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또 이재명 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의 ‘계엄령’ 주장 등을 겨냥해 “근거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난했다.
여야가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 ‘국면전환용 야당 탄압’을 각각 주장하며 각을 세우면서 정기국회가 대결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여야 대립구도가 부각되면서 이재명-한동훈 대표간 회담에서 나온 민생·비쟁점분야 협력을 위한 논의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10월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선고 가능성과 서울교육감 등 재보궐을 앞둔 상황에서 양당이 공세 위주의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채 상병 특검법이나 연금개혁,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 논의가 진척이 보일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