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민주당의 괴담 선동” 맹공 나선 여권
“이재명, 대표직 걸고 말하라” 대통령실·여당, 합동 공세
정성호 “야당이 충분히 지적 가능 … (근거는) 잘 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제기한 ‘계엄 준비설’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판세를 따지자면 민주당이 몰리는 모양새다. 여권은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대통령실) “근거 제시 못하면 국기 문란 행위”(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라며 맹공을 폈지만 민주당은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야당이 그런 의심도 못하냐”는 정도의 소극적 공세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주로 제기해왔던 계엄 준비설을 본격적으로 키운 것은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은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 구금하겠다는 그런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2일 열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계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최고위원이 박근혜정부 시절 계엄 문건을 언급하며 “대통령실은 국회가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면 계엄이 해제된다고 하지만 국회의원이 구금돼 재적 과반을 맞추지 못하면 이야기는 다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등 이른바 ‘충암고 라인’이 군 주요직에 포진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항간에 계엄령 대비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 중이다. 김용현 후보자도 그 일환이라는 말이 도는데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후보자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방첩사, 수방사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 근거 제시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 중진이자 이 대표의 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언급한 ‘계엄 준비설’에 대해 “대통령이 (지금 국회 상황을) 어떻게 끝낼지 고민한다는 게 뭔 얘기겠냐, 그러니까 당연히 (계엄 준비를) 의심하는 것”이라면서 “아니면 아니라고 해명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보실장으로 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얼마나 강경하냐,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국민 입을 틀어막은 분이기에 야당에서 경고 측면에서 얘기한 것”이라면서 “정치인이 이 정도 얘기를 못하냐”고도 말했다.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못했다. 정 의원은 “제보가 있다고 하는데 정확히 모르겠다”면서 “제보라는 게 대개 그런 상상력 아니겠냐”고만 말했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제대로 근거 제시를 못하자 더욱 화력을 키우며 맞서는 모습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그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계엄령 선동 발언을 던지자 어제는 여러 민주당 국회의원이 일제히 거들며 선동에 가담했는데 한 명도 제대로 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라면서 “근거도 없고 현실성도 없고 오로지 상상에 기반한 괴담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괴담 선동에 목매는 이유는 결국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일관된 목표인 개딸 결집,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을 위한 선동 정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파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괴담 선동으로 나라를 뒤흔드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민주당식 괴담 정치를 당장 중단하시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계엄 준비설은) 자충수가 되지도 못할 정도”라면서 “민주당이 도대체 뭘 보고 (계엄) 이야기를 하는 건지 국민들은 모른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전면에 나섰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일 “이 대표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직격했다. 같은 날 한동훈 대표도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며 “(계엄 준비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문란”이라고 공세를 폈다.
김형선 이명환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