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신념논란으로 골든타임 허비해서야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국회 인사청문회는 자신이 과거 쏟아냈던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 “쌍용차 노조는 자살특공대” 등 극우·반노동 발언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됐다.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했는데 김 장관은 청문회에서 “실질임금 감소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해 노동정책에 대한 실력까지 의심받았다.
게다가 김 장관은 “일본 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 등 발언으로 ‘반헌법적 친일인사’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윤 대통령이 김 장관을 발탁한 배경에는 그의 노동현장 경험, 국회의원 3선의 입법부 활동, 경기도지사 2선의 행정경험과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 경력 등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사노위 위원장 시절 윤 대통령의 노동정책 결정과정에서 자주 소통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취임사에서 노동약자 보호와 청년·고령자의 좋은 일자리 창출, 중대재해 감축 등을 약속했다.
특히 국민의힘과 정부가 추진 중인 가칭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노동약자지원법’은 영세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을 지원·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노동계와 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대응입법 성격이 강하다.
김 장관은 또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강조했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아직도 온전히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격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영계 반대가 큰 사안이지만 김 장관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대전환 시대를 맞아 이에 걸맞은 새로운 노동질서를 만들어 가야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이런 과제들은 입법을 통해 제도화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지형에서의 야당 동의와 노동계 설득 없이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김 장관은 2일 국회 예결위에서 “일제강점기 선조 국적은 일본”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 논란을 재연했다. 거듭된 신념논란으로 자칫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을 김 장관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김 장관의 첫 업무지시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강력한 조치였다는 점이다. 이처럼 이제는 국론을 분열시키는 신념논란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용노동 행정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노동개혁을 여는 길이기도 하다.
한남진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