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가자전쟁 휴전협상 엇박자?
백악관·국무부는 협상부각
법무부, 하마스 지도부 기소
최근 인질 6명 사망을 계기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연일 가자전쟁 휴전협상을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 법무부는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를 무더기로 기소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미국 법무부는 3일(현지시간)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를 비롯해 하마스 지도부 인사 6명을 기소하고 공소장을 공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를 계획, 지원하고 미국 시민을 포함해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의 살해와 납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신와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납치한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공격의 설계자로 이스라엘의 제거 1순위 대상이다.
이 과정에 미국 국적자 최소 43명이 살해당하고 최소 10명이 인질로 잡혔거나 행방불명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신와르는 기존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 7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뒤 신임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신와르가 지난 10개월 대부분을 가자 지하 터널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외부 세계와 얼마나 많은 접촉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더구나 그는 최근 논의 중인 휴전과 인질 석방 거래와 유사한 형태로 풀려난 바 있는 팔레스타인 포로였다. 법무부는 신와르 외에 하니예와 마르완 잇사, 칼레드 메샤알, 무함마드 알마스리, 알리 바라카를 기소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오늘 공개한 기소 내용은 하마스 작전의 모든 측면을 겨냥하려는 우리 노력의 한 부분일 뿐”이라며 “우리는 이번 행동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기소를 밝힌 당일 미 국무부와 백악관은 휴전협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수십명의 인질들이 여전히 가자지구에 있으며, 그들을 집으로 데려올 합의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뒤 “합의를 매듭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합의를 매듭짓기 위해 앞으로 수일 동안 지역(중동) 파트너들과 계속 (협상에)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지난주 협상에서 우리는 남아있는 장애물을 처리하는 데 진전을 이뤘지만 궁극적으로 합의를 마무리하려면 양측이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양측이 ‘노’(No)라고 할 이유보다는 ‘예스’(Yes)라고 할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온라인 브리핑에서 지난달 31일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 1명을 포함해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인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된 것을 ‘살인 집행’이었다고 규정하면서 이 일이 휴전 및 인질석방 합의를 도출할 시급성을 부각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휴전협상 추진에 이번 법무부의 하마스 지도부 기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