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전자칠판업체 ‘짬짜미’ 논란
납품 도와주는 대가로
수수료 20% 요구 의혹
교실 혁신 바람을 타고 추진 중인 전자칠판 설치를 두고 곳곳이 시끄럽다. 납품 비리 때문에 벌어진 논란인데 강원도에 이어 인천시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3일 인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일부 시의원과 특정 납품업체들이 결탁해 전자칠판 보급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의원 요구사업’으로 전자칠판을 설치하도록 한 뒤 특정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일부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요구사업에서 특정업체 몰아주기 현상이 두드러졌다. 시의원 2명이 보급을 요구한 37건 중 30여건을 A업체가, 다른 시의원 2명이 요구한 35건 중 30여건을 B업체가 설치했다.
지난 2일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특혜 논란의 구체적인 내용도 언급됐다. 이날 ‘전자칠판 등 물품 선정·보급 현안’에 대한 긴급질의에서 정종혁 시의원은 “특정업체 점유율이 2022년 3.1%에서 2023년 44%로 급격히 확대된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기술혁신 또는 가격인하 없이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된 원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지난 6월 시의회 정례회 과정에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한 시의원이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골고루 배치돼야 할 전자칠판이 특정 지역에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고, 시교육청 관계자가 “시의원을 통해 거꾸로 요구가 들어와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답하면서 의혹이 커졌다.
이후 특혜 의심을 받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해 ‘전자칠판이 시의원 예산’이라고 강조하며 계약을 요구한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결국 이 ‘시의원 예산’이 결탁 의혹의 핵심 근거가 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시의원들에게 불법 중계수수료(리베이트)가 건네졌다는 의혹도 일었다. 시의원들이 업체에 ‘수수료 20%를 달라’고 요구해 챙겼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전자칠판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해외에서 150만원 정도에 들여오지만 학교 현장에 맞는 프로그램과 부품을 추가할 경우 약 45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들쑥날쑥하게 형성돼 있다.
인천시교육청의 최근 전자칠판 구입 예산은 2021년 17억4653만원, 2022년 81억2464만원, 2023년 77억1748만원이다. 올해는 9월 3일 현재 90억8081만원을 지출했다.
의혹이 확산되자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YMCA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오는 11일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들은 “교육 행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회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충격적인데 이에 대한 적절한 조사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자칠판 납품 의혹이 인천에서 처음 불거진 것은 아니다. 강원도에서는 도교육청이 특정업체에 납품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일었고, 도의회가 이를 이유로 지난 5월 도교육청 1회 추경에서 설치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도 감사위원회가 감사를 진행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 감사위원회의 부실한 감사로 오히려 의혹만 키웠다”며 “당장 사업을 철회하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