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시다 정상회담, ‘역사’보다 ‘미래’ 초점
국교정상화 60주년 … 대통령실 “유종의 미”
사전입국심사·국민대피 상호협력 등 거론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마지막 정상회담을 연다. 한 해 앞으로 다가온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민간교류·협력을 증대하는 방안들이 논의될 전망이다.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호응 조치’는 없으리라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3일 언론 공지에서 “기시다 총리가 6~7일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한일 셔틀 정상외교를 벌이고 임기 중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양국간 발전 방향을 논의차 방한을 적극 희망해 성사됐다”고 밝혔다.
또 “양측은 그간 11차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기시다 총리와 함께 만들어온 한일 협력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한일 간 양자 협력, 역내 협력, 글로벌 협력 발전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는 그간의 총리 경험을 바탕으로 후임 총리의 대외 정책과 향후 한일관계 발전에 대해 건설적인 조언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한이 셔틀 외교 일환이라고 언급하고 “이번 방문으로 이뤄지는 정상회담은 현재 전략 환경하에서 양국 정부 간 협력과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관계 진전 등에 대해 논의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구체적인 현안을 아직 조율중이지만 역사문제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1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역사문제와 관련한 언급이 나온 적은 드물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3월 윤 대통령 국빈방일 당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달 후 답방 때 이를 환기시키면서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을 받았다. 저도 당시에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게 마지막이다.
이번 방한에서 이 이상의 진정성 있는 언급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양국 국민의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날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출발해 자국에 도착하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국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미리 하는 ‘사전 입국심사’ 제도를 내년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도착 후 심사시간을 단축시켜 관광객 및 비즈니스맨의 인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외국인 방문객 급증으로 일본 내 공항 입국 수속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병목현상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과 일본 정부가 분쟁 발생 등 제3국 유사시에 대비해 현지에 있는 자국민 대피 때 상호 협력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다고 보도했다.
전세기와 차량 등 수송 수단 상호 이용 등을 포함해 대피 협력을 강화해 자국민 안전을 지키는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평시에도 양국 영사 당국 간 협력을 포함해 정부 간 정보공유를 추진한다는 것.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퇴임 후에도 정치적 입지를 지키려는 기시다 총리로서는 한국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어떤 역사문제 관련 메시지도 내놓을 생각이 없을 것”이라며 “비교적 손쉬운 미래지향적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봤다. 호사카 교수는 “보도에서 언급되고 있는 양국 교류강화 방안들이 일본 정부의 전략적 이용에 휘말릴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