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승연 서강대 인공지능학과

2024-09-04 11:18:34 게재

역동적인 AI의 세계, 소설 읽으며 관심 키웠죠

승연씨는 인공지능 전문가라는 목표를 정한 후, 고등학교 진학부터 스스로 계획하고 움직였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았고 바로잡았다. 리더보다 다른 사람을 돕는 역할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친구들을 위한 프로그래머를 자처했다. 인공지능에겐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메타인지가 이보다 훌륭할 수 있을까. 그래서 AI 개발자라는 꿈에 누구보다 어울릴지도 모른다.

이승연 | 서강대 인공지능학과(경북 포항제철고)

이승연 | 서강대 인공지능학과(경북 포항제철고)

사진 이의종

인공지능의 역동성에 빠져 포항제철고 입학 결정

승연씨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친숙했다. 수학에도 흥미가 많았고 곧잘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학 계열에 관심이 생겼다. 전국 단위 자사고인 포항제철고 진학은 온전히 승연씨의 선택이었다. 부모님은 외동딸이 집 떠나 먼 곳으로 간다니 걱정하셨지만 승연씨의 의지는 확고했다.

“분위기를 많이 타는 성격이라 공부할 때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싶었어요. 그중 포항제철고는 소프트웨어(SW) 중점학교이자 인공지능(AI) 교육 중점학교여서 한창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던 저에게 딱 맞았죠.”

실제로 포항제철고에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진로선택 과목이 많았고, 공동 교육과정 거점학교라 <사물인터넷>과 같은 심화 과목도 들을 수 있었다. 승연씨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망설임 없이 ‘역동성’이라고 답했다. 공학 계열 중에서도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고 새로운 수요가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이다.

“레드오션이면서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인공지능 산업이 각 분야로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동시에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에요. 몇 년 전 메타버스가 붐이었지만 인공지능은 소비자의 수요에 맞게 짧은 주기로 역동적으로 변해요. 변화를 예측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분야라는 게 매력이에요.”

포항제철고는 1년에 두 가지 동아리에서 필수로 활동해야 한다. 그중 승연씨를 한 단계 성장하게 한 활동은 ‘AI FESTA(인공지능 페스티벌)’였다.

“제가 교사가 되어 또래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과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 추세를 예측한 내용을 강의했어요. 일반 프로젝트와 달리 책임감이 필요한 활동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수학에 대한 흥미와 코딩 실력도 늘었고 한 주제를 완벽히 파고드는 공부 습관이 생겼어요.”

약점인 국어, 두 배로 시간 투자

승연씨는 높은 원점수에 비해 내신 등급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열심히 했지만 내신 경쟁이 치열해 1학년 때 내신은 4.1이었다. 원인은 국어였다. 학교생활이 만족스러워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부모님의 우려에도 스스로 선택해서 온 학교였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었다. 매일 아침 기숙사에서 새벽 6시 반에 나와 열람실에서 1시간 동안 국어를 공부했다. 정시와 내신 공부를 딱히 구분하진 않았다. 매일 1시간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제일 약한 과목을 공부하려면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해요. 학교 내신과 수능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약점 위주로 충실히 보완했어요. 다행히 국어 성적이 많이 올랐고 2학년 내신은 2.7까지 상승했어요. 들쭉날쭉하던 모의고사 등급도 안정적으로 올랐고요. 집중력과 효율성을 위해 수면 시간은 6시간을 지켰어요. 실제 수능도 아침 첫 교시에 국어를 보기 때문에 아침 국어 공부는 여러모로 도움이 됐어요.”

학생부에 녹아 있는 독서 활동을 보면 유난히 소설이 많다. 얼핏 공학 계열 진로와 어울리진 않는 것 같다.

“AI에 대한 관심을 키워준 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였어요.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소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잖아요.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인공지능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승연씨는 매사에 준비는 철저히 하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성격은 아니다. 모의고사나 내신을 망친 날이면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머리를 식혔다. 꼭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해놓고 공부하는 대신 ‘내 인생에 재수는 없다’고 다짐했다. 종합전형을 목표로 했기에 3학년 학생부를 위해 전력투구했다.

인공지능학과는 해마다 신설되는 추세라 수시 지원 당시엔 목표했던 모든 대학에 인공지능 전공이 개설되지는 않았다. 종합전형으로 고려대 스마트보안학부, 한양대 전기공학과, 켄텍(한국에너지공과대학), 성균관대 공학 계열, 서강대 인공지능학과, 포스텍에 지원했고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켄텍에 합격했다.

“합격증 네 장을 받았지만 고민은 없었어요. 가장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인공지능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마음에 두고 있던 서강대 인공지능학과를 택했어요.”

학급 웹 프로그래머로 자율학습 출석 시스템 개발

승연씨는 3년 내내 학급 회장, 학생회 활동이 전무했다. 흔히 종합전형의 필수 요소라고 여기는 리더십을 부각시키지 않아 이유를 물었다.

“친구를 좋아하지만 리더형은 아니에요. 세상에 리더만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스스로 훌륭한 서포트형이라고 생각했어요.”

대신 컴퓨터와 코딩에 자신 있다는 장점을 살려 학급의 웹 프로그래머를 자처했다. 자율학습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월별 학생당 자율학습 결석을 계산해 수동 개입을 최소화하는 출석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학급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계획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의 반응이 좋아 뿌듯했고 그 점이 학생부에도 잘 반영된 것 같아요.”

승연씨의 롤 모델은 넷플릭스 설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다.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인공지능 분야의 역동성을 잘 구현했기 때문.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그와 같은 인공지능 개발자가 되는 게 현재 목표다.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자연어 처리’예요. 대부분의 인공지능 산업은 음성 인식이 기반이라 이 분야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싶어요. 대학원 졸업 후엔 인공지능을 가장 편리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AI 개발자가 될 거예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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